‘쌍방울 대북 송금’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또다시 파행을 빚었다.
8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를 변호하던 법무법인 덕수 소속 변호사가 재판 도중 “사임하겠다”고 밝힌 뒤 검찰과 고성 끝에 법정을 나가면서 재판은 1시간 만에 파행했다.
앞서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백모씨는 공동 변호인인 법무법인 해광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재판부에 해임신고서를 냈다. 이날 이 전 부지사는 재판부에 서면 입장문을 제출해 “(변호인 해임과 관련해) 배우자가 오해한 것”이라며 “(덕수가 아니라) 해광의 도움을 받아 다음 기일에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요청했다.
덕수 측 변호인은 “잠시 휴정을 해주면 이 전 부지사를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 전 부지사는 거부했다. 그러자 덕수 측 변호인은 재판부 기피 신청서와 증거 의견서를 함께 제출한 뒤 “더 이상 변호인으로 조력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미리 준비한 사임서를 냈다.
이에 검찰 측이 “덕수는 재판에 출석해 왔지만 기록을 제대로 검토한 적이 없다”며 “변호인은 재판부에 대해 기피 신청이 아니라 검찰 조서에 부동의하기 위한 미션을 받고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무슨 미션이냐” “예의를 지켜라”며 검찰과 말다툼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퇴정했다.
검찰 측이 “이 전 부지사가 국선 변호인을 통해서라도 다음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하자 변호인은 “멀쩡하게 나온 변호사를 두고 유령 취급하는 것이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재판이 공전되는 것은 난감하다”며 “최악의 경우 국선변호사를 선임해 진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이 전 부지사의 아내가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함에 따라 41차 공판이 공전했는데 이날 공판도 진척 없이 끝났다. 이에 따라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은 한 달가량 늦어지게 됐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