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흉기 난동 사태’ 이후 일선 경찰의 적극적 물리력 행사를 허용하는 분위기지만 현장 경찰관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과잉 진압 민원 발생 시 정당방위를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정부가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 이후 현장에서 적극적인 공권력 사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 경찰 사이에선 문제 발생 시 구제할 대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경찰청은 공무 집행 중 현장 경찰이 민원인에게 부상 등 손해를 끼쳤을 시 손실보상제도(최대 2억원 지원), 공무원 책임보험(최대 5000만원 지원) 등으로 대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경찰관이 해당 제도를 활용하려면 정당한 법 집행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주변 CCTV를 확보해야 하고 주변 동료 증언이 필요하다. 만약 휴가 중인 경찰관이 혼자 현장에서 범인을 발견해 검거할 경우 범인이 다쳤다고 민원을 제기하면 이를 입증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인천경찰청의 한 경찰관은 “과잉 대응 민원이 들어오면 보호해주는 대신 직위해제를 통해 경위를 파악하는 경우가 많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강한 공권력을 사용하라는 지시는 예전부터 주기적으로 있었다. 2021년 11월 인천 흉기난동 사건 당시에도 김창룡 경찰청장이 주문했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없어 현장 변화로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히려 ‘과잉 진압’ 주장을 접하면 진위 확인을 위해 기본적으로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고 제대로 입증하지 못할 경우 감찰까지 받는다. 경기남부경찰청의 지구대 직원 A씨는 “시민들은 경찰이 선제 대응을 하면 곧바로 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실 등에 진정서를 넣는다”며 “현 제도적으로는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대 교수는 “정부가 현장 경찰을 적극적으로 보호해 준다는 구체적인 대책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