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인 유럽연합(EU)의 배출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국내 시장과는 딴판이다. 시장에서는 탄소 배출 감축이 글로벌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EU를 비롯한 글로벌 탄소배출권 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U-ETS)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은 7일(현지시간) t당 87.16유로(약 12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사상 처음으로 100유로를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다소 하락했다.
하지만 2021년 초 20유로대에 불과하던 가격이 최근 2년 새 네 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EU의 배출권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면서 급등했다.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 t당 10유로대에 불과했지만,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EU의 적극적인 탄소 배출 감축 정책에 따라 배출권 수요가 공급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작년 12월부터 각 회원국에서 비준 절차를 밟고 있는 EU의 새 환경 규제는 2039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 물량이 급감해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가격 급등을 예상한 금융자본도 시장으로 몰렸다. 증권사와 개인투자자의 진입이 허용되지 않는 국내 시장과 달리 EU에선 금융자본의 탄소배출권 투자가 활발하다.
반면 국내 시장에선 수요가 줄어들면서 배출권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EU와 달리 거래량이 적은 데다 현물 거래 위주이기 때문에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도 크다. 헤지를 통해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고 수요자의 리스크 부담을 줄여주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기업은 배출권 가격이 내려가면 유리하지만, 언제 다시 급등할지 몰라 구입 계획을 세우는 데 고충이 크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강경민/곽용희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