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저축은행의 예수금 현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달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금융시스템 불안을 초래한 것을 계기로 2금융권의 뱅크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저축은행 예수금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용역 공고를 냈다. 그동안 수기로 관리하던 각 저축은행의 예수금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전국 저축은행의 자금 흐름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새로 구축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에는 저축은행의 예수금 총액 및 정기예금 중도 해지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담당자에게 즉시 통보하는 기능도 갖출 예정이다.
예보가 전국 저축은행의 예수금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선 이유는 디지털뱅킹 발달로 예금 인출이 간편해진 만큼 저축은행이 순식간에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3월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역시 위기설이 돌기 시작한 직후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일제히 돈을 인출한 점이 파산을 앞당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예보가 제출한 부실정리 계획을 승인하면서 예수금·예금자 현황을 파악해 정리 작업에 착수할 경우 지급할 예금보험금 규모를 추정하고 예금자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디지털뱅킹으로 인한 일시적 유동성 경색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위기 발생 때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출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한은은 저축은행과 신협,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자금 조달에 중대한 어려움이 생기거나 발생 가능성이 큰 경우 이들 기관의 중앙회에 대한 유동성 지원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하기로 했다.
현행 한국은행법에는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에만 상시 대출이 가능한데, 제도 개편으로 비은행 예금기관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 신속하게 자급을 공급할 수 있다. 또 비은행 예금기관 중앙회에 대출할 때는 은행에 준하는 적격담보 범위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