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명이 하나의 부동산을 공동 소유한 경우 최대 지분권자만 조합 임원이 될 수 있다는 법률 개정안을 두고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부인이 소수의 지분을 사들인 뒤 조합장 등으로 선출돼 각종 이권 다툼을 일으키는 문제를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는 조합원의 임원 자격도 박탈되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조합 임원의 자격요건에 ‘공유지분자인 경우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을 것’을 추가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토지나 건물 등의 지분 1%가량만 매수한 외부 투기세력이 조합 임원 자격을 얻어 비리를 저지르는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족 내에서도 지분이 가장 많은 구성원만 조합장이나 이사, 감사 등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선 세금 등의 문제로 부부가 공동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고, 비용 부담 정도와 관계없이 각 배우자의 지분 비율을 설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들의 경우 입법 취지상 배척해야 할 외부세력이 아니라 내부인에 해당하지만 대표 조합원의 지위를 가질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원래 대상 건물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가 개인 사정으로 지분 60%가량을 배우자에게 넘긴 한 수도권의 정비조합 임원 A씨는 이번 법 개정으로 연임이 불가능한 처지에 놓였다. 이에 A씨는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이달 초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지역에 애정이 많은 원주민 가족의 조합 임원 진출이 막히게 돼 조합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도 조합원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법 개정이 도정법의 기존 조항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비사업 조합원의 자격을 규정한 도정법 39조에선 배우자와 미혼자녀를 1세대로 상정해 권리관계가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법률의 45조에선 조합원이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중에서 성년자를 대리인으로 선정해 총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정법 시행령상 조합원의 거주기간을 산출할 때도 소유자가 거주하지 않고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거주한 기간도 합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 취지는 이해하지만 맹점이 있는 만큼 가족에 한해선 예외 규정을 두는 식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합 임원이 될 수 있는 최소 지분권 기준을 마련하거나 최대 지분권자가 아니더라도 일정 수의 추천을 받으면 임원 자격을 주는 등의 방안도 거론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