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 탐사선과 영상으로까지 교신할 수 있는 초고속 ‘레이저 통신’ 시연에 들어갔다. 레이저 통신은 지난 반세기 우주 탐사의 기반이었던 무선주파수 통신보다 최대 100배 빠르다. 데이터도 훨씬 많이 담긴다. 레이저 통신이 성공적으로 구현되면 오는 2025년 예정된 달 착륙 장면도 지구상에서 4K급 고화질 영상으로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볼 수 있을 전망이다.
8일 NASA는 ‘프시케’ 탐사선(큰 사진)과 여기에 장착될 심우주광학통신(DSOC) 송수신기(작은 사진)를 공개하고 주요 기술 원리를 설명했다. 프시케는 지구로부터 약 3억㎞ 떨어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 ‘프시케(직경 약 226㎞)’를 탐사하기 위해 오는 10월 발사될 예정이다. DSOC 송수신기는 프시케 탐사선 측면에 돌출된 형태로 장착됐다. 지름 22㎝ 조리개를 가진 광자검수카메라 등으로 구성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마 천문대와 근적외선을 이용해 교신한다. 아비 비스와스 NASA 책임연구원은 “프시케에 장착될 DSOC는 오늘날 우주에서 사용되는 최첨단 무선 통신시스템의 최대 100배 효율을 보이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현재 우주 탐사에서 사용되는 무선주파수 통신은 전자기파를 사용한다. 전자기파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세기가 많이 감소한다. 반면 레이저 통신은 레이저에 데이터를 담아 전송한다. 레이저는 적외선, 자외선, 가시광선 등 여러 파장이 섞여 있는 광원에서 특정 파장을 추출해 모아낸 뒤 증폭한 광선이다. 일반 빛보다 직진성이 좋아 먼 거리까지 쉽게 도달한다. 또 전자기파보다 진동수가 높아 담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도 많다. 통신장비 자체 크기도 작아진다.
문제는 레이저 통신을 구현하기 위해선 아주 높은 수준의 정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대 수억㎞ 떨어진 장소의 아주 좁은 면적에 레이저 포인터를 끊기지 않고 겨누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더욱이 우주 탐사선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NASA 관계자는 “프시케가 멀리 여행할수록 레이저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며 최대 수십 분의 지연 현상이 발생한다”며 “레이저가 이동하는 동안 지구와 우주선의 바뀐 위치를 계산하는 등 신기술을 개발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NASA는 레이저 통신을 화성과 달 탐사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달 탐사에 활용되는 레이저 통신은 최대 260Mbps(초당 메가비트·약 32.5MB/s)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지구상에 구현된 5세대(5G) 통신급의 속도다. 스티브 호로위츠 NASA 매니저는 “달에서 4K 고화질 비디오를 내려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