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못 버티고 결국 '에코프로' 팔았어요"…개미들 '술렁'

입력 2023-08-08 11:09
수정 2023-08-08 13:01
상반기 파죽지세로 오르던 이차전지주가 하반기 들어 부진을 겪고 있다. 이차전지에 집중됐던 개인의 매수세도 덩달아 시들해지는 등 수급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45분 기준 에코프로는 전일 대비 1000원(0.09%) 빠진 106만5000원에 거래됐다. 개장 이후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는 주가는 이날 한때 101만8000원까지 밀리며 '황제주' 지위를 위협받기도 했다.

같은 시각 에코프로에이치엔(-3.47%), 천보(-2.51%),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1.93%) 에코프로비엠(-0.74%) 등도 약세를 나타냈다.

현재 기준 이날 장에선 초전도체 테마의 상승률이 가장 돋보인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지분을 9.37% 보유 중인 신성델타테크는 28% 넘게 상승했고 파워로직스(19.81%), 덕성(15.55%), 서남(11.02%), 모비스(10.17%), 인지컨트롤스(5%) 등도 크게 오르는 모습이다.

다른 테마들로 수급이 옮겨붙자 투자자들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이차전지 종목들의 종목토론방에 올라온 글들에서 이런 불안 심리가 드러난다. 투자자들은 "너무 떨어지니 마음이 약해진다, 없는 셈 쳐야하나", "적정 시세로 돌아갈 타이밍인가", "요즘 왜 이렇게 주가 오르내림이 심한 걸까", "파티는 끝났다", "초전도체 유혹 못 버티고 결국 팔았다", "설마 100만원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겠지" 등 의견을 보였다. 다만 어느 투자자들은 "공포를 즐기는 것도 학습이니 조정을 잘 견뎌야 한다", "이차전지는 계속 갈 주식이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많이 오른 이차전지를 두고 '다른 주도주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 전일까지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로 집계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3490억원어치 사들였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차전지를 사모으면서 삼성전자를 5490억원어치 팔아치웠던 것과는 대비된다.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의 순매매 추이가 매도세에서 매수세로 바뀐 만큼 이달을 기점으로 '주도주 바뀜'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증권가도 3분기 들어 수급 왜곡 현상이 완화하고 있다면서 저마다 이차전지를 대체할 법한 섹터를 추천하고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차전지에서 반도체로 피봇'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 감산 기조와 하반기 회복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반도체의 시세 주도권이 강해졌다"며 "동시에 개인 중심으로 이차전지에 대한 차익실현이 나타나면서 그간 주가가 눌렸던 업종들이 차례로 반등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하나증권은 로봇과 의료 인공지능(AI), 피부 미용기기 등을 제2의 이차전지 섹터로 꼽았다. 김두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의료 AI의 경우 현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실질적인 매출 발생 기대감 등으로 올해 들어선 숫자로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로봇은 전방 산업의 생산 공정 자동화 수요가 커지는 만큼 해결책으로 적합하고, 피부미용기기는 비침습적 미용 시술 성장의 초입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