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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시장에 대한 월스트리트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국채 약세에, 대형은행들은 국채 강세에 각각 베팅했다. 미 신용등급 강등과 일본은행의 정책 조정으로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 재무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과 물가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혼란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1일부터 일주일 간 레버리지 펀드의 장기 국채 파생상품 순매도 계약이 2010년 이후 약 13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CFTC 데이터에 따르면 투기성 투자자들은 장기 국채 공매도에 국한되지 않고 5년 만기 국채 선물의 공매도 포지션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 국채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지난 4일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058%로 14년 만의 최고치에 육박했고, 6일 장중 4.124%까지 올랐다. 2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 4.858%까지 상승했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해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번주 미 재무부의 국채 입찰이 예정돼 있다. 미 재무부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미 국채 총 1030억달러어치의 입찰을 진행한다. 시장 예상보다 규모가 크다.
일본은행이 최근 7개월 만에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한 여파도 있다. 일본이 긴축 기조로 돌아서면 일본 국채의 매력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일본 투자자는 현재 미 국채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외국인 투자자다.
오는 10일 발표될 미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변수다. 물가상승세가 둔화되면 경기 연착륙 희망이 커져 장기 국채 금리가 더 뛸 수 있다. 인플레이션율은 최근 둔화되고 있지만 6월 기준 3%로 여전히 미 중앙은행(Fed)의 목표치인 2%를 웃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도 이같은 이유로 미 국채 30년물에 공매도 투자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미국 인플레이션율이 3%대에서 장기간 지속될 경우 30년 국채 금리가 5.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통적인 투자자들의 판단은 정반대다. CFTC에 따르면 1~7일 자산운용사들의 장기 국채 파생상품 순매수 계약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30년물 물가연동채권을 매수할 것을 권유했다. JP모간은 미 5년물 국채가 강세일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일 투자자 메모를 통해 장기 국채 금리 상승으로 지목되는 요인들을 반박하기도 했다. 최근의 국채 매도세가 과도했다는 판단이다.
우선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기조 수정에도 일본 투자자들의 미 국채 대량 매도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미 국채 금리 상승은 일본 투자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아시아 시간대가 아닌 미국 거래 시간대에 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피치가 미 신용등급 강등의 원인으로 지목한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치적 역학에 대해서도 골드만삭스는 이미 알려진 내용이며 새로운 정보가 없는 만큼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