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사업 끌려가지 않겠다 의지 확고,,,그러나
현대차가 미국 내에서 충전 동맹을 결성했다. 동맹에 참여한 기업은 기아, BMW, GM, 벤츠, 스텔란티스, 혼다 등이다. 7개 기업은 동일한 비율로 자본금을 출자해 충전 사업을 위한 별도 기업을 설립하고 이들이 최대한 많은 고출력 충전기를 설치해 자신들이 판매하는 전기차 구매자의 충전 불편을 빠르게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주목을 끈 기업은 GM이다. GM은 포드, 볼보 등과 함께 테슬라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별개로 충전 동맹에 참여했다. 한 마디로 GM 전기차 구매자는 미국에 설치된 모든 충전기를 이용하도록 만들어주겠다는 뜻이다. 반면 GM을 제외한 충전 동맹은 테슬라 방식 을 부담스러워 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자신들이 만들어 판매하는 전기차를 테슬라 충전기에 연결할 경우 충전 속도가 느려 소비자가 불편하다고 말하지만 이면에는 충전사업의 주도권을 테슬라에 내주기 싫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신설 기업이 설치하는 초급속 충전기에는 오히려 테슬라 차종도 충전할 수 있도록 한다. 테슬라 고객을 자신들의 충전 인프라로 유인하겠다는 일종의 역공이다. 전기차에 적용되는 모든 충전 타입을 신설 법인의 충전기가 흡수함으로써 테슬라의 충전 주도권을 빼앗겠다는 전략인데 작전이 성공하면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선점 속도를 늦출 수 있어 후발 주자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상황에서 GM은 홀로 둘 모두와 손을 잡았다. 그 이유는 제조사 간 충전 주도권 경쟁은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동차기업에게 중요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한 결과다. 마치 등소평의 흑묘백묘 논리처럼 미국 표준인 CCS 방식이든 테슬라가 독자적으로 추진한 NACS 방식이든 GM 전기차 구매자라면 오직 편리한 충전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GM은 테슬라 급속 충전 방식이 충전 동맹의 초급속 충전 대비 속도가 늦다는 점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급속 충전기는 말 그대로 급할 때 이용하는 비싼 충전이어서 실제 전기차 운행자 관점에선 이용 횟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80% 충전에 20분 가량 차이가 나도 이용자에게 중요한 것은 충전기 위치이고 테슬라가 일찌감치 선점한 위치는 무시할 수 없다고 여긴다. 한 마디로 오직 이용자 관점에서의 접근법인 셈이다. 오히려 많은 충전기를 위치 제한 없이 이용하게 만들면 그게 바로 이용자 편의성이라는 점을 주목한 결과다.
따라서 현대차를 포함한 7개 기업의 충전 동맹이 성공하려면 인프라 구축 속도가 관건이다. 미국 내 전체 급속 충전기 중 60%를 차지하는 테슬라 슈퍼차저의 위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충전 동맹은 향후 3만기의 초급속 충전기를 재빨리 갖추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동시에 테슬라 차주를 초급속 충전에 끌어들여 오히려 테슬라에서 다른 전기차로 바꾸도록 유도하려는 심산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 관점에서 전기차 구매 가능성을 가장 높이는 제조사는 바로 GM과 테슬라다. 두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 모두 충전 인프라가 크게 확장되는 결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반면 충전 사업은 ‘충전 동맹 vs 테슬라’의 양강 구도가 형성되는데 사실상 소비자는 충전 사업자 간 경쟁에 별로 관심이 없다. 급할 때 주변에 사용 가능한 급속 충전기가 있으면 그것 자체가 곧 편리함이다.
지금도 전기차 이용자들은 한결같이 사업자 및 제조사와 무관하게 모든 전기차는 어디서든 충전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충전 사업자는 설치 투자비 회수를 위해 최대한 자신들이 설치한 충전기로 전기차 소비자를 유도하려 한다. 이 둘 사이에서 충전 동맹은 후자를 선택했고 GM은 전자를 고른 형국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느 기업의 전기차 구매가 더 유리할까? 판단이 쉽지 않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