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잼버리 조기 퇴소…"성범죄 대처 미흡" vs "최악의 뒤통수"

입력 2023-08-07 10:46
수정 2023-08-07 13:34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잼버리)에 참가한 전북연맹 제900단이 영내 성범죄 조치 미흡을 이유로 조기 퇴소를 결정한 것을 두고 "전북 도민과 대한민국 국민, 그리고 전 세계인의 뒤통수를 치는 최악의 국민 배신 망동"이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손님을 초대해 놓고 집이 덥고 불편하다고, 손님을 두고 먼저 집을 나가버리는 집주인 행태만큼이나 무책임하고 파렴치하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신 의원은 "태국 보이스카우트 지도자의 여자샤워실 진입 행위에 대해 수사 중인 전북경찰청은 '성적 목적의 침입으로 보기 어렵다'고, 여성가족부 장관 역시 '경미한 수준으로 보고받았다'고, 국제보이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도 '태국 지도자가 동서남북을 구분 못한 탓의 단순 실수'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며 "전북연맹은 마치 울고 싶어 뺨 맞기를 기다린 사람처럼 태국 지도자의 단순 실수를 성범죄로 침소봉대해서 조기 퇴영의 구실로 삼았다"고 했다.

신 의원은 전북연맹의 조기 퇴소에 정치권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정치적 이득이나 이권 또는 우리나라를 해롭게 하는 데만 혈안인 '반(反)대한민국 카르텔'의 개입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며 "여러 정황을 볼 때 누구의 사주로 그런 반(反)대한민국 결정을 했는지 정치적 배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동 대회의 불상사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야권은 어제부터 적반하장의 주특기를 살려 윤석열 정부의 실정으로 호도하기 위한 정치공세를 본격화했다"고 했다.

또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혹여라도 야권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략에서 이번 전북연맹의 황당한 조기 퇴영 결정에 개입했다면, 결단코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 결정은 대한민국이 전 세계로부터 성범죄를 용인하는 인권 후진국으로 낙인찍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잼버리와 부산엑스포 유치의 성패가 윤석열 정부와 야권의 지지에 미치게 될 반비례의 함수관계 역시 누구도 부인치 못할 것이란 점도 주목된다. 부디 야권이 국가이익은 없고 오직 정치적 이득에만 혈안인 패륜 집단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신 의원의 이런 발언이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서 "아마도 이분은 이런 게 2차 가해인 줄도 모르실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신 의원 개인의 입장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일축했다.

앞서 김태연 전북연맹 스카우트 제900단 대장은 이날 잼버리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했으나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기 퇴소를 선언했다. 김 대장은 "오전 5시에 (태국인 남성) 지도자가 우리 여자 대장을 따라 들어갔는데 현장에서 잡힌 후에 '샤워하러 들어왔다'라고 거짓말을 했다"며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결과는 '경고 조치'로 끝났다. 대원들과 이야기한 결과 무서워서 영지에 못 있겠다고 말하고, 여성 지도자도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크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에 잼버리 조직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사건의 세부 내용을 확인한 결과에 따라 가벼운 경고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도 "경미한 것으로 보고받았고, 필요하다면 경찰과 함께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전북경찰청 역시 "성적 목적의 침입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또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어떤 성추행 사실도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는 제이콥 머레이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국장 말에 항의하던 김 대장은 조직위 관계자들에게 끌려 나가기도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