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상처가…" '의정부 칼부림 오인' 중학생 아빠의 절규

입력 2023-08-07 07:34
수정 2023-08-07 09:28


칼부림 가해 의혹을 받고 영문을 모른 채 경찰들에게 쫓기다 상처를 입은 중학생의 아버지가 "분통이 터져 죽을 뻔했다"면서 안타까움을 전했다.

지난 5일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부용천에서 검정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칼을 들고 뛰어다닌다"는 112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인근 지구대 인력과 형사 당직 등 전 직원을 동원해 해당 남성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출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검정 후드티를 입고 이어폰을 착용한 채 달리는 중학생인 A군(16)을 특정해 붙잡았는데, 조사 결과 A군은 흉기를 소지하지 않았고 평소처럼 운동을 위해 하천을 달리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군의 아버지라고 밝힌 B씨가 온라인커뮤니티에 "칼부림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한데, 우리 집에 이런 일이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면서 몸이 긁히고, 피멍이 든 아들의 사진을 게재하며 억울함을 호소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B씨는 "매일같이 저녁 운동을 나가던 아들이 이날 아파트 옆 공원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을 구경하다 부용천으로 러닝을 뛰러 갔고, 이 모습을 본 축구 경기를 하던 아이들이 '칼을 들고 있는 사람이 뛰어갔다'고 신고를 한 것"이라며 "운동하고 돌아오던 아들이 사복경찰과 마주쳤고, 영문도 모르던 아이에게 사복경찰 2명이 신분도 소속 공지도 없이 다짜고짜 '너 이리 와'라며 아이를 붙들려 하자, 아이는 칼부림 사건으로 어수선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던 터라 겁이 나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씨는 "아들이 몇발짝 뛰다 계단에 넘어졌고, 영문도 모르고 어른 2명에게 강압적으로 제압당했다"며 "미란다 원칙 통보 등도 없었고, 아들은 이러다 죽을까 싶어 '살려달라', '나는 그냥 중학생이다' 소리를 질렀지만, 강압적으로 수갑을 채웠다"고 전했다.

연행 과정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A군의 친구들이 "제 친구, 그런 아이 아니다"고 했지만, 수갑이 채워진 채로 경찰차로 지구대까지 연행됐고 그 후에야 보호자에게 연락이 왔다는 게 B씨의 설명이었다.

B씨는 "영문도 모르고 지구대로 한숨에 뛰어가 보니 16살 중학교 3학년 우리 아들은 전신이 찰과상과 멍이 들었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며 "강제로 제압한 경찰 팀장이라는 분은 사과 한마디 없이 사건 내용을 들어보라고 자신들 핑계만 되고, 강제 진압 과정에서 자신의 팀원 1명은 다쳤다는 얘기부터 하는데 분통이 터져 죽을 뻔했다. 자신들의 잘못은 죽어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이 연배가 저랑 비슷해서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 어떻게 중3 아이를 이렇게까지 할 수 있냐고 아이에게 사과해달라 했지만 돌아가서 사건 확인이 먼저라는 핑계로 대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B씨는 A군의 상태에 대해 "몸이 성한 곳 없이 다치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충격이 너무 심해 걱정"이라며 "고작 16살 중학생 남자아이가 집 앞에서 러닝 하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경찰과 형사 그 누구도 사과는 없었다"고 적었다.

또한 A군이 진압되는 사진과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는 것을 우려하며 "칼부림 사건으로 무고한 피해자들이 없도록 미리 검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에 동의하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잘못된 신고로 인한 무자비하고 강압적인 검거로 미성년자까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섭다"며 "오늘 일은 우리 아들을 위해서도 끝까지 책임을 묻고 사과받을 생각"이라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경찰은 당시 CCTV 영상을 확인하면 축구 경기를 하던 아이들이 A군을 보고 달아났다는 둥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상황에서 출동했다는 입장이다. A군이 넘어져 다친 상황도 형사들이 경찰 신분증을 꺼내려던 순간 A군이 도망을 가 넘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한쪽은 제압하고 한쪽은 벗어나려는 그런 난감한 상황으로 벌어진 사고였다"고 "A군의 부모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대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