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30세대 미혼 청년 절반은 출산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는 결혼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30대 여성은 16%가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원장 이인실)은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혼·출산에 대한 2030세대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2030세대 1800명을 포함해 15~59세 2300명을 심층 설문조사했다. 20~39세 미혼 청년 47.0%는 자녀를 낳을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의 비출산 의향은 56.8%로 남성(38.5%)보다 높았다.
출산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 여성은 ‘육아에 드는 개인적 시간·노력을 감당하기 어려워서’(49.7%) ‘자녀를 바르게 양육할 자신이 없어서’(35.1%) 등을 꼽았다. 출산 행위 자체가 두렵다(25.1%)는 응답도 많았다.
반면 남성은 ‘자녀 교육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서’(43.6%) ‘자녀를 돌봄·양육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1.5%)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결혼도 여성의 의향이 더 적었다. 미혼 남성의 비혼 응답률은 36.4%, 미혼 여성은 50.2%였다. 특히 ‘절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30대 여성은 16.3%로 같은 연령대 남성(8.7%)의 두 배 수준이었다.
남성들은 결혼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서’(42.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여성들은 거의 절반이 ‘혼자 사는 삶이 더 행복할 것 같아서’(46.3%)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직장 만족도가 높은 경우엔 결혼과 출산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직장 만족도가 높은 집단의 출산 의향은 60.2%로 조사됐다. 직장 만족도가 낮은 집단에서 45.2%로 나타난 것에 비해 15%포인트 높았다. 결혼 의향도 직장만족도가 높은 경우 68.4%, 낮은 경우 46.3%로 큰 차이를 보였다.
직장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연차의 자유로운 사용(70.8%), 육아휴직 보장(63.0%), 출산 후 복귀 직원에 대한 공정한 대우(56.9%), 출산장려 분위기(46.4%) 등이 꼽혔다. 양질의 일자리, 특히 육아 친화적인 기업문화를 갖춘 곳에 다닐수록 출산 의향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유혜정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층에 기업문화는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는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