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야영지에서 전 대원이 철수하기로 함에 따라 오는 12일까지로 예정됐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사실상 조기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참가자를 전국 각지에 분산 배치해 남은 기간에 관광 등 한국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역대 최악의 잼버리 대회’라는 혹평이 나오면서 행사 이후 강한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서울 1만5000명 등 수도권 분산 배치
7일 잼버리 조직위는 ‘태풍 카눈 북상에 따른 비상 대피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8일 오전 10시부터 버스 1000여 대를 동원해 잼버리 영내에 있는 3만6000여 명의 참가자를 이동시킬 예정이다. 서울 1만5000명을 비롯해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수도권 행정기관과 민간 교육시설에 참가자를 분산 배치할 방침이다. 정부는 7일 오후 6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각 지방자치단체장과 숙소 제공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 총리에게 “잼버리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한 총리를 반장으로 하는 잼버리 비상대책반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간사로, 국무조정실장, 기획재정부·교육부·외교부·국토교통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 장관과 서울시장, 전북지사 등으로 구성됐다.
잼버리 조직위가 스카우트 대원의 철수를 결정한 직접적 배경은 태풍이다. 기상청은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하면서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보했다. 9일부터 남부지방이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태풍 영향권에 들면 잼버리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 잼버리 조직위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의 판단이다. 잼버리가 열리는 새만금 부지는 농업용지로 조성돼 평평하고 배수장치가 충분하지 않다. 이 때문에 대회 초기부터 “소나기라도 한번 내리면 물이 고여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유례없는 조기 철수’에 책임론 불가피
새만금 잼버리의 ‘히든카드’인 K팝 콘서트 장소도 1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잼버리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태풍 영향으로 세계스카우트연맹과 K팝 콘서트 장소 재조정 문제를 면밀히 의논하고 있다”며 “상암월드컵경기장을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K팝 콘서트 개최 장소가 바뀌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K팝 콘서트는 당초 지난 6일 저녁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폭염과 안전 문제가 제기되자 11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으로 일정과 장소를 변경한 바 있다.
문체부는 스카우트 대원들의 청와대와 국립박물관 관광을 지원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미국 대표단에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체험도 제안했다. 서울시는 기존의 여름 축제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스카우트 대원의 철수로 새만금 잼버리는 실질적으로 종료됐다. 운영 미숙에 조기 종료까지 겹쳐 역대 최악의 잼버리로 남을 전망이다.
새만금 잼버리가 공식적으로 끝나는 12일 이후부터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과 진상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상민 장관을 상대로 새만금 잼버리 관련 현안 질의를 할 예정이다.
이광식/김우섭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