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대표 겸 이사회 의장(사진)이 “보험산업에 ‘회색 코뿔소’가 다가오고 있다”며 과감한 혁신과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한다.
신 의장은 7일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열린 창립 65주년 기념식에서 “고령화와 신회계제도(IFRS17) 시행, 빅테크의 보험시장 진출, 보험 채널의 구조적 변화 등으로 보험사업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보험업계의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화를 통한 고객경험 개선, 비용·업무 효율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수년 내에 사업모델을 혁신하거나 신사업 개발에 성공하는 사례가 등장할 것”이라며 “우리도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진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혁신 기회를 찾아내려면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외부 파트너와 협업해 보험사업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고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개방형 혁신을 지금보다 활발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교보생명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활용한 전략적 투자,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션, 사내 벤처제도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신 의장은 “혁신이 왕성하게 일어나려면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며 새로운 임직원 호칭제도와 희망직무 지원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모든 임직원은 회의와 업무 때 직급 대신 영문 이름을 사용하게 된다.
그는 “곧바로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만들어지진 않겠지만 호칭은 소통의 출발점이므로 의미 있는 변화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신 의장은 아울러 회의나 보고를 할 때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파워포인트에서 워드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파워포인트는 내용을 단순화해 발표자의 언변이 청중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느린 의사결정과 실행 프로세스를 바르고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 프로세스로 개선하자”고 당부했다. 교보생명은 아울러 임직원이 스스로 경력개발 목표와 희망 직무, 역량개발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희망직무 지원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