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자골프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넬리코다(25·미국)-고진영(28)-리디아 고(26·뉴질랜드)의 ‘톱3’ 구도에 셀린 부티에(30.프랑스)가 균열을 만들어내면서다. 특히 최근 톱3가 주춤한 가운데 부티에가 무서운 상승세로 치고 올라오면서 고진영·코다의 ‘2강’까지 위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티에는 7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에이셔의 던도날드 링크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프리드그룹 위민스 스코티시오픈(총상금 2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우승했다. 직전 대회인 메이저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지 단 일주일만에 추가한 우승이다. LPGA 투어에서 메이저 대회와 그 다음 대회를 연달아 우승한 것은 이번이 14번째로, 2016년 아리야 쭈타누깐(태국) 이후 6년만이다.
이날 우승으로 부티에는 시즌 3승, 개인 통산 5승을 기록했다. 고진영, 인뤄닝(21·중국), 릴리아 부(26·미국)를 제치고 가장 먼저 시즌 3승 고지에 올라섰다. 특히 지난주 우승으로 올해의 선수 포인트 1위에 올라선데 이어 이번 우승으로 2위 인뤄닝과의 격차를 한번 더 벌렸다.
3타차 선두로 경기에 나선 부티에는 무난하게 우승을 차지하는 듯 보였다.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패티 타바타나낏(24·태국), 마야 스타크(24·스웨덴)은 일찌감치 우승경쟁에서 멀어졌다. 이때 김효주(28)가 치고올라왔다. 7타 차 공동 9위로 경기를 시작한 그는 이날 하루에만 7타를 줄며 부티에를 추격했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하면서 1타 차까지 따라잡았다.
하지만 부티에의 뒷심이 한수 위였다. 17번홀(파4)에서 10m 버디퍼트를 잡아내며 2타차로 달아났고 마지막 홀에서 파로 경기를 마쳤다. 부티에는 “두번 연속 우승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번주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오릴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부티에는 톱3를 위협하는 강자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특히 8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리디아 고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두 사람의 세계랭킹 평균점수는 단 0.21포인트 차.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아 포인트를 얻지 못하는 반면, 부티에는 우승으로 넉넉한 포인트를 따게 된다.
부티에의 상승세는 톱3의 침체와 비교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여자골프 ‘2강’을 지키고 있는 코다와 고진영은 최근 활약이 뜸해졌고, 리디아 고는 지난해 말 CME그룹투어챔피언십 우승과 올초 사우디레이디스인터내셔널에서 연속 우승한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오는 19일 열리는 메이저대회 AIG오픈 결과에 따라 톱3의 판세가 다시 한번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효주는 시즌 두번째 준우승을 차지하며 다가올 메이저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3·4라운드 모두 보기없는 경기를 펼쳐 샷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효주는 “발이 아파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기에 내려놓고 플레이했다. 압박감이 없어서 좋은 스코어가 나온 것 같다”며 “다음 대회(메이저대회 AIG오픈)에서도 좋은 감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