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비버웍스는 빅데이터와 핀테크를 바탕으로 국내 키오스크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설립한 지 1년여밖에 안 됐지만 키오스크 업체 오더퀸·우노스, 주문 배달 중개 플랫폼 스파이더아이앤씨,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 업체 페이콕 등을 인수해 "오프라인 매장 솔루션의 모든 것을 담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김종윤 비버웍스 대표를 만나 포스(POS), 키오스크, 배달 플랫폼 등 매장 관리 솔루션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주문-결제-마케팅-배달까지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대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게 비버웍스의 전략입니다."
김종윤 비버웍스 대표는 "국내 오프라인 결제 시장 규모가 1000조원 수준인데 아직 온라인 시장에 비해 디지털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결제 회사와 포스(POS) 키오스크 등 단말기 회사들이 파편화돼 있어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비버웍스는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이 투자한 국내 사모펀드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오더퀸?우노스?스파이더아이앤씨 등을 인수해 지난해 6월 세운 회사다. 회사명은 서로 힘을 합쳐 나뭇가지로 댐을 만드는 동물 '비버'에서 따왔다. 김 대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기계공학 박사 과정을 마쳤는데, 비버는 이 대학 마스코트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국내 오프라인 가맹점이 250만~300만 곳 정도이고, 그중에서 음식점이 70만~80만 개"라며 "국내 키오스크 시장에서 3분의 1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어떻게 키오스크 사업을 구상하시게 됐나요?
A. 키오스크 사업을 생각한 지는 2~3년 전이었고, 사실 7년 전쯤 현대카드 디지털 핀테크 담당 상무였는데 그때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하나 만들었어요. 당시 스타트업 만나고 다녔고, 핀테크 관련 회사들 찾아다녔죠. 바로 전 직장은 파이서브(퍼스트데이터)라고 미국계 결제 회사인데 클로버라는 자회사도 있었어요. 포스 만들고, 키오스크 만들고 하면서 오프라인 시장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려는 회사였거든요. 사실 국내 온라인 시장이 컸다고 해도 연간 결제액 150조~200조원 시장인데, 오프라인은 800조~1000조원에 이르거든요. '오프라인이 커머스적으로 훨씬 더 큰데 왜 여기는 혁신 플랫폼이 없지?'라는 고민이 있었던 거 같아요. 파이서브 한국 대표로 있을 때 제가 느낀 게 조그마한 회사들이 파편화돼 있다는 것이었어요. 결제사, 단말기 업체 등등이 너무 많은 거예요. 데이터도 연결이 안 되고 있고요. 그래서 뭔가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다가 2018년 키오스크를 생각하게 된 거죠.
Q. 매장 관리의 모든 것을 하겠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A. 포스, 키오스크, 모바일 오더, 배달까지 하나의 세트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우리는 직접 영업도 하고 설치도 하고 유지 보수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키오스크만 해도 사용자환경(UI)이 매우 중요해요. 온라인 쇼핑에서는 기본적으로 버튼이 어디 있는지에 따라 클릭률이 달라지잖아요. 클릭하기 좋은 곳에 단가 높은 아이템들을 배치하죠. 그런데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그런 개인화된 스크린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던 거예요. UI를 변경해 보는 테스트를 해봤어요.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보니 진짜 매출이 올라요. 한 25개 매장에서 실험해 봤는데 매출이 10% 이상 오르는 거예요. 파이서브에서 했던 실험인데 본사에서는 별 관심이 없더라고요.
Q. 그래서 직접 창업에 나서신 건가요?
A. 크레센도의 이기두 파트너가 제 MIT 선배이기도 합니다. 맥킨지도 같이 있었어요. 그래서 전화하고 술 먹고 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죠. '키오스크가 단순히 주문하는 기기가 아니다, 버추얼 세일즈 기기인 거 같다' 했더니 번뜩하는 거예요. 그 뒤 펀딩해줄 테니 한번 해보라고 하셨죠. 결국 여러 개 회사들을 인수해 파편화된 사업을 통합하는 작업에 나선 거죠. 솔루션 형태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하드웨어 파는 방식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과금제로 가는 모델을 만들고, 한국에서 시작하지만 글로벌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거였죠.
Q. 비버웍스는 작년에 설립됐습니다.
A. 우노스, 오더퀸, 스파이더라는 회사를 인수했고요. 3개 회사 합쳐서 작년 6월에 비버웍스가 됐습니다. 이후 페이콕이란 회사도 지난 5월에 인수했고요. 앞으로 추가 인수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주력 상품인 키오스크에 대해 좀더 설명해 주세요.
A. 저희 키오스크 중에 카메라가 달려 있는 게 있어요. 앞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붐비지 않을 때는 '추천' 기능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A 음식을 선택한 사람에게 B를 추천했을 때 얼마나 받아들이는지 매번 계산을 해서 데이터로 쌓죠.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하면 "쿠키를 같이 드셔보면 어떨까요"라고 추천하는 식이죠. 그러면서 살짝 할인해 주기도 하고요. 저희 키오스크는 앞에 있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연령대는 대략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나이나 성별로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거죠. '테이블 오더' 솔루션에도 이런 추천 기능을 담을 계획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더욱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고, 주류 판매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Q. 특색 있는 다른 제품들이 또 있을까요?
A. 저희가 야놀자와 무인호텔 키오스크도 선보였고요. 예약번호를 찍거나 QR코드 등을 찍으면 배정된 방 키가 나오고, 현금이나 카드 결제도 다 되고요. 이마트24 같은 편의점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담배 자판기도 있는데요. 성인 인증은 통신사 패스(PASS) 앱으로 합니다. KT와도 키오스크 공급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해 말로 주문하는 키오스크도 있고, 손짓으로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도 있습니다.
Q. '엔드 투 엔드' 솔루션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수준인가요?
A. 저희가 좀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게 키친 태블릿이에요. 이게 뭐냐면 음식점 가서 주문하면 프린트해서 나오잖아요. 이젠 그럴 필요 없이 그냥 태블릿에서 보게 하는 거죠. 일단 종이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요. 또 테이블1, 테이블2, 테이블3가 있다고 가정할 때 여기서 동일한 음식을 주문해 조리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면 3인분을 한번에 조리해 주면 빠르잖아요. 태블릿은 이런 주문이 바로 파악 가능하죠. 또 음식이 언제 나올지를 바로 알려줄 수도 있어요. 매번 주문이 들어갈 때마다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에 자동 시간 측정이 가능하게 되는 거죠. 저희가 이런 거 다 출시하고 나면 그다음에 붙여서 하고 싶은 게 웨이팅입니다. 포인트 서비스 등은 이미 개발돼 있고요.
Q. 애프터서비스(AS)는 전국적으로 가능할까요?
A. 서울, 부산, 대전 등에 서비스센터 갖췄고 올해 안으로 광주에도 열 겁니다. 야놀자, 이마트24, KT 같은 회사들은 다 전국 사업을 하는 곳이잖아요. 현재 키오스크 회사 중에 그걸 다 해줄 만한 곳이 없습니다. 저희는 통합 솔루션을 추구하기 때문에 AS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국내 키오스크 시장에서 비버웍스의 점유율이 어느 정도인가요?
A.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진 않지만 대략 20%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미 깔려 있는 것은 1만5000개쯤 됩니다. 올해 안에 2만 개를 넘길 거고요. 앞으로 2~3년 안에 10만 개는 돌파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요. 국내 오프라인 가맹점이 250만~300만 곳 정도이고, 그중에서 음식점이 70만~80만 개입니다. 이 시장에서 3분의 1 정도 차지하는 게 저희 1차 목표입니다.
Q.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으로 키오스크도 장애인이 쉽게 쓸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A. 관련 기술 개발이 계속 이뤄지고 있고, 이게 저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거 같습니다. 프랜차이즈들이 자체적으로 기기를 교체하는 비용이 커질 수 있는데 저희가 관련 사업 수주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키오스크 앞에서 "1번, 2번, 3번" 이런 식으로 말로 주문하는 방식이 있는데 장애인 단체와 인터뷰를 해보면 '미러링' 방식을 제일 선호합니다. 자기 전화기로 주문하는 거죠. 사람들 앞에서 말로 주문하는 것도 눈치 보여서 싫어해요. 시각 장애인을 위해 점자판이나 이어폰잭 같은 것을 의무적으로 달아야 하기도 하고요.
Q. 다양한 사업을 하고 계신데 현재 직원은 몇 명 정도인가요?
A. 현재 150명 정도입니다. 앞으로 40~50명가량 늘릴 계획이 있고요. 비버웍스는 기본적으로 통합 솔루션을 신규 매장 중심으로 확장해 나갈 겁니다. 백엔드 시스템 하나를 잘 만들면 포스, 테이블 오더, 키오스크, 모바일 오더 등등은 어떻게 보여주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인력이나 개발이 필요하지 않아요. 저희의 핵심은 백엔드 시스템을 다 모아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에서 안정적으로 구현해 주는 능력인 거고요. 이게 저희의 장점이기도 하죠. 사실 예전에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등 모바일에서 잘하는 회사가 오프라인에서 뭔가 서비스를 연결해서 사업을 하고 싶을 때 쉽지 않았거든요. 저희는 AWS 백엔드와 앱 인터페이스(API) 연동을 하면 돼요. 어느 정도 규모가 확장되면 결국 그런 모바일 사업자들과 협업도 할 수 있을 겁니다.
Q. 온라인(모바일) 서비스와 오프라인 서비스 연결은 어떤 식으로 구현될 수 있나요?
A. 지금 카카오페이, 은행 앱을 보면 자기 카메라를 갖고 본인 인증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매장 가서는 매번 자기 전화번호를 넣고, 카드를 넣고 한단 말이죠. 그럴 필요 없이, 물론 본인 동의는 필요하겠지만 키오스크 카메라가 누군지 파악하고 이 사람이 평소 주로 먹는 거 위주로 추천하고 그럴 수 있겠죠. 결제할 때 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되고요. 인증은 한번 필요하겠죠. 다양한 페이 서비스들이 접목돼 포인트도 자동으로 쌓아주고요.
Q. 매출은 어느 정도 나옵니까?
A. 올해는 한 200억원대 중반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작년 대비 40~50%는 올라갈 것 같아요. 매년 2배 가까이 성장해 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저희가 '페이먼트 게이트웨이' 라이선스를 기다리고 있어요. 결제 중계 시스템을 다 만들었고요. 점주들의 매출까지 관리해 드리는 거죠. 소비자가 결제한 것을 다음날 바로 정산해 드리고요. 가맹점의 상태 파악이 가능하고, 미래에는 대출 사업으로도 연결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Q. 중장기적인 회사 계획이 있을까요? 해외 진출도 계획하시나요?
A. 한국은 인구당 가맹점이 가장 많은 나라예요. 또 카드 결제, 디지털 결제 비율이 매우 높은 곳이죠. 따라서 다양한 걸 테스트해볼 수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솔루션들을 해외로 갖고 나갈 건데요. 하드웨어를 갖고 나갈 생각은 없어요. AS 등도 쉽지 않고요. 하드웨어는 현지 업체들이 다 있고요. 저희는 솔루션을 제공해 주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모델로 데이터 분석을 해주고 하는 '패키지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할 겁니다. 내년 후반 정도부터는 글로벌 시장에 나가고 싶습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