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공장 돌며 "국방경제사업"…김정은, 노골적 방산 세일즈

입력 2023-08-06 18:42
수정 2023-08-07 00:5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까지 사흘간 ‘중요 군수공장’을 시찰하고 ‘국방경제사업’의 중요 방향을 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북한이 ‘국방경제사업’이라는 표현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방산 세일즈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3~5일 “대구경 방사포탄 생산공장을 비롯한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 지도하면서 당의 군수공업정책의 핵심 목표 수행 정형을 파악했다”며 “공장경영사업에서 제기되는 문제들과 새로운 탄종을 계열 생산하기 위한 능력조성사업 등 국방경제사업의 중요 방향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불법 무기 수출을 새 외화벌이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군수공업이 내수만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기 수출을 통해 북한의 외화 획득 및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한·미를 직접 겨냥한 표현을 쓰지 않은 것도 이번 행보가 러시아를 향한 ‘무기 홍보’에 방점을 뒀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김정은은 사흘간 초대형 대구경 방사포탄, 저격 무기, 전략순항미사일 및 무인공격기 엔진, 미사일 발사대차 생산공장 등을 둘러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필요한 재래식 무기를 생산하는 공장들이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포탄과 탄약 등 러시아에 수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군수물자를 담당하는 공장에 김정은이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점검한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군수공장을 시찰한 자리에서 할아버지 김일성을 연상케 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흰색 인민복 차림에 빵모자를 쓴 김정은이 조준경 렌즈로 목표물을 겨냥해 소총을 시험 사격하는 장면이 담겼다. 사격하는 김정은의 뒤쪽 벽에 걸린 사진 속 김일성의 모습과 판박이다. 절대적 숭배 대상인 김일성의 후광을 등에 업고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