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한국 문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청준과 김승옥은 4·19 혁명과 5·16 군사 정변을 겪은 세대를 대표한다. 결은 달랐다. 김승옥이 또래 세대의 ‘감수성’을 보여줬다면 이청준은 ‘지성’을 대표했다. 1967년 펴낸 단편소설 <병신과 머저리>는 6·25 세대인 형과 4·19 세대인 아우를 통해 5·16 이후 한국 지식인의 고뇌를 그린 수작이다. 1976년 펴낸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선 한국의 정치 현실을 우화적으로 그렸다. 여기서 그는 아무리 좋은 의도로 포장하더라도 구성원의 자발성이나 합의, 선택 없이 밀어붙이는 사업은 권력자의 횡포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의 고뇌와 문제의식은 시대를 초월해 지금까지도 깊은 울림을 준다. <병신과 머저리>를 비롯해 <이어도> <서편제> <선학동 나그네> <벌레 이야기> <축제> 등 많은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청준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대학 때는 이불이 없어 입주 가정교사도 못하고 시간제 가정교사를 하며 잠을 주로 학교 강의실에서 해결했다. 1968년 결혼하고 나서야 떠돌이 생활을 청산했다. 2007년 폐암 판정을 받고 이듬해 68세 나이로 타계했다. 올해는 그의 15주기다. 이를 기념해 그의 책을 많이 펴낸 문학과지성사가 최근 <이청준 평전>을 냈다. 육필 초고와 메모, 일기 등을 통해 그의 삶을 오롯이 되살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