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인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정치권에 등장한 것은 2015년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체제에서 당무감사위원으로 영입돼 ‘개혁의 칼’을 휘둘렀다. 자녀 로스쿨 특혜 의혹을 받은 신기남 의원, 피감기관에 시집을 강매한 노영민 의원 등의 중징계 결정에 깊이 관여했다.
이런 인연이 발판이 됐을까. 김 교수는 문재인 정권 4년 차인 2020년 여성 최초로 금융감독원 부원장(금융소비자보호처장)에 올랐다. 정권 교체에도 부원장 중 유일하게 남아 3년 임기를 꽉 채웠다. 이런 행동은 윤석열 정부와 각 세우기에 매달리는 야권 일각으로부터 “원칙대로 강단 있게 일한다”는 호평을 들었다.
그렇더라도 거대 야당의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장까지 꿰찬 건 파격이었다. 운도 따랐다. 앞서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과거 ‘천안함 자폭’ 등의 발언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인물난에 시달린 결과였으니 말이다. 김 위원장에 대한 기대는 이내 우려로 변했다. 설화(舌禍)가 이어졌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 대 1로 표결해야 하나”라는 노인 폄훼 발언이 압권이었다. 여론의 거센 비판에도 사과를 미루다가 나흘 만에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머리를 숙였다. 그 자리에서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김 위원장 얼굴 사진을 손바닥으로 여러 번 후려치는 걸 지켜보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김 회장의 ‘오버 액션’이 약간의 동정을 부르며 수그러드나 싶던 ‘김은경 리스크’가 주말을 거치며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자신을 시누이라고 밝힌 A씨가 블로그에 올린 가족사와 관련된 장문의 글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 위원장이 18년간 시부모에게 악담과 협박을 했다’는 아찔한 내용이다.
틀어진 가족 구성원 일방의 주장일 수도 있어 현재로선 진실을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 해명도 소명도 없는 김 위원장의 처신은 공인으로서 아쉽고 부적절하다. 7일 휴가에서 복귀하는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더해 김 위원장 사태까지 수습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혁신보다 ‘패륜 논란’으로 더 주목받는 혁신위의 현주소가 딱하다.
류시훈 논설위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