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 시장이 통신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게임기, TV 등 렌털 상품 가짓수를 35종으로 늘렸다. SK텔레콤이 그림 구독 서비스를 내놓은 가운데 KT도 정관을 바꾸고 렌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록인(lock in) 효과를 극대화해 다른 통신사는 물론 알뜰폰으로의 이탈을 막는다는 목표다.
LG유플러스는 맞춤형 구독 서비스인 ‘유독’에 전자기기 5종의 단기 렌털 서비스를 추가했다고 6일 발표했다. LG전자의 휴대용 TV ‘스탠바이미 고’와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창문용 로봇청소기 등이다. LG유플러스는 이미 애완동물용 장난감, 닌텐도 게임기, 수제 맥주 제조기 등을 렌털 상품으로 내놨다. 탈모 치료 의료기기, 필름 카메라 같은 이색 상품도 최대 30일 단위로 빌려준다.
LG유플러스가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로 전자제품 임차 사업에 뛰어든 건 올해 1월이다. 작년 7월 콘텐츠 구독 서비스로 내놓은 유독을 MZ(밀레니얼+Z)세대 맞춤형 구독 서비스로 개편했다.
SK텔레콤도 자체 구독 서비스인 ‘T우주’를 통해 렌털 사업에 발을 들였다. 1000만원대 가격의 미술 작품을 월 2만3000원에 빌려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금호타이어, SK렌터카 등과 연계해 렌터카나 타이어 고객에게 구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KT도 지난 3월 정관 사업 목적에서 ‘시설 대여업’을 추가하고 서빙 로봇을 빌려주는 등 렌털 사업을 확대 중이다.
통신사가 렌털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기존 고객의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용하는 서비스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서비스 해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다른 통신사는 물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알뜰폰으로 옮기는 고객도 붙잡는다는 계획이다. 6월 말 기준 알뜰폰 회선 수는 1441만여 개로 6개월 새 12%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는 기존 고객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통신 외 부가 서비스를 공급할 통로를 만들기가 쉽다”며 “1인 가구가 늘고 중고 거래 플랫폼이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도 렌털 사업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스카이라이프와 LG헬로비전 등 주요 알뜰폰 업체도 자체적인 렌털 시장을 구축한 만큼 경쟁이 예상된다. KT스카이라이프는 김치냉장고, 건조기, 안마의자 등 300여 개 가전제품을 공급 중이다. LG헬로비전도 러닝머신, 식물재배기 등으로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