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늦게 도착한 게 천만다행입니다. 명동 호텔에서 머물다 쇼핑이나 하고 가려고요.”(일본인 스즈키 다쿠야)
4일 명동 일대는 스카우트 복장을 한 외국인 청소년으로 붐볐다. 호텔 프런트데스크엔 숙박을 문의하는 대원들이 보였고 매장 곳곳에선 쇼핑하는 외국인 대원들이 눈에 띄었다. 스즈키는 “새만금에서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려가길 포기했다”며 “먼저 가 있는 친구에게 하루빨리 올라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폭염과 부실한 준비로 연일 논란을 빚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참가자 이탈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국가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은 폭염 피해를 우려해 잼버리 행사 현장에 합류하지 않은 채 서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4만30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잼버리대회는 현장 등록 인원이 2만9000여 명에 그치는 등 대회 초반부터 파행을 빚고 있다.
잼버리조직위와 현장에 따르면 잼버리에 참여한 6650여 명의 국제운영요원(IST) 가운데 상당수가 대회장을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후 전북 새만금 인근 부안버스터미널에는 잼버리 스카프를 두른 외국인 수십 명이 모여 있었다. IST 자격으로 네팔에서 온 소이친 카르키(34)는 “물도 나오지 않고 폭염을 피할 곳도 없어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었다”며 “서울로 가는 버스표를 구했고 DMZ 등을 구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전까지 잼버리조직위원회에 퇴영 신청을 한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은 20여 명으로 파악됐다. 조직위는 대회에 참가한 전체 IST 규모를 두고도 집계가 엇갈리고 있어 현장을 벗어난 인원 파악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잼버리 야영지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행사 참여를 포기한 채 서울에 머무는 인원도 상당수다. 서울 도심 호텔에는 일본인 스카우트 대원 다수가 투숙한 것으로 파악됐다. 홍콩에서 온 잼버리 참가자 A씨는 “늦게라도 새만금에 내려가려 했지만 더위를 피할 곳이 없고 음식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가길 포기했다”고 했다.
지난 1일 대회 참가를 위해 새만금으로 내려간 이후 열악한 현장 상황 때문에 서울로 올라온 경우도 적지 않다. 명동역 인근 상인은 “지난주 잼버리 행사로 외국인이 평소보다 두 배 넘게 방문했다가 행사가 시작되는 1일부터 확 줄었는데 오늘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날도 전북 부안의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았다. 대원들은 뙤약볕 아래에서 점심으로 과자를 먹으며 허기를 면하고 있었다. 홍콩에서 온 한 IST는 “잼버리대회에 여러 번 참가해봤지만 점심을 스낵으로 때우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이전에 열린 미국과 일본 대회에선 몸이 힘들긴 했지만 적어도 위생적으로 문제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부안=이광식/안정훈/장강호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