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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인력 유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쟁사 대비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주요 사업을 책임져온 고위직까지 줄줄이 회사를 떠나고 있어서다. 베테랑 인력들이 떠나면서 약해진 전력을 다시 보강하려면 앞으로 몇 년이 걸릴 거란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4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에만 골드만삭스의 파트너 세 명이 사직서를 냈다. 이 가운데 두 명은 고위직에 있던 변호사로, 대형 헤지펀드인 시타델로 적을 옮겼다. 지난 4월에는 대체투자 사업 부문의 공동 대표를 맡아온 마이클 코스터가 은퇴 계획을 밝혔다. 코스터는 골드만삭스에 25년 동안 근무하며 직원들의 ‘멘토’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이 밖에 줄리안 살리스버리 자산관리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파트너 패밀리 오피스의 글로벌 대표였던 리사 오포쿠, 디나 포웰 국부펀드 담당 대표, 조 몬테사노 미주지역 주식 담당자 등이 골드만삭스를 떠났다.
핵심 인력들이 이탈하는 것은 실적 부진에 따른 임금 감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전·현직 임직원들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대출 부문에서 손실이 나면서 보상이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고려할 때 골드만삭스가 당분간 임금을 올려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사진)의 책임론도 일고 있다. 소매금융 비중을 줄이고 투자금융에 집중하는 그의 전략이 실적 악화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의 2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급감한 12억2000만달러다. 매각을 추진 중인 그린스카이와 관련한 자산 평가손실 등이 원인이다. 반면 JP모간체이스,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 경쟁사들은 고금리 환경에서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인력 이탈이 IB업계에서 빈번한 ‘인력 회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토니 프라토 대변인은 “파트너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과정에서 2년마다 80명이 자연스럽게 이탈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 일정 규모의 이직이 예상됐고, 과거와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골드만삭스의 인력 공백이 예전만큼 빠르게 메워지지 않고, 업무 수행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가의 한 헤드헌터는 “골드만삭스 고위직들이 내 연락에 이토록 호의적인 건 처음”이라며 “심지어 연락이 먼저 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