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前 특검 구속…'50억 클럽' 수사 탄력받나

입력 2023-08-03 23:26
수정 2023-08-03 23:47

‘50억 클럽’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구속됐다. 두 번째 시도 끝에 박 전 특검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검찰은 수사에 조금 더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50억 클럽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 씨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금품을 받기로 약속한 인물들을 말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수재 등)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지난 6월 30일엔 구속영장을 받아내지 못했지만 한 달여간 증거 보완 등을 통해 이번엔 박 전 특검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윤 판사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11월 우리은행을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지분 투자자로 참여시켜주는 대가로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200억원 상당의 땅과 건물을 받기로 한 혐의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2015년 3월 심사부의 반대로 지분 투자계획을 접었지만, 그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15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여신의향서를 냈다. 그 후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민간사업자 평가항목 중 ‘자금 조달’ 부분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5년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 출마를 위해 현금 3억원을 받은 사실을 파악했다. 우리은행의 여신의향서 제출 후엔 5억원을 받은 정황도 확인했다. 또한 박 전 특검의 딸이 2019년 9월~2021년 2월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11억원을 빌린 것도 박 전 특검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이번 구속영장 청구과정에서 범죄 혐의사실에 포함시켰다.

박 전 특검이 구속되면서 검찰의 50억 클럽 수사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검찰은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사람 중 가장 먼저 수사했던 곽상도 전 의원의 혐의 입증을 위한 진상 조사도 적극 진행하고 있다. 이날 곽 전 의원의 아들인 병채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하기도 했다. 곽 전 의원은 지난 2월 1심에서 뇌물 수수 및 알선 수재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

김진성/민경진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