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와 합의해 연장한 퇴직금 지급 기한을 지키지 않았을 때 사용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A씨는 2021년 5월 28일 퇴직한 근로자 B씨에게 그해 6월 16일까지 퇴직금 2900만원 중 일부를 지급하고 나머지는 그 이후에 주기로 했다. 하지만 A씨는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록 퇴직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퇴직급여법 제9조 1항은 ‘퇴직금은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안에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끼리 합의해 지급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예외 조건이 붙어 있다. 1·2심 재판부는 이 같은 예외 사유를 인정해 “근로자와 지급기한 연장에 합의하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퇴직급여법 제9조의 단서는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지급일을 미룰 수 있도록 하는 규정에 불과하다”며 “연장한 지급 기한까지 퇴직금을 주지 않은 사용자의 형사책임까지 배제하는 취지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