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초전도 열풍

입력 2023-08-03 17:50
수정 2023-08-04 00:13
전류, 전압 그리고 저항. 학창 시절 대부분 들어봤을 세 단어다. 저항이 작아 전류가 잘 흐르는 물질을 도체라고 한다. 저항과 전류는 반비례한다. 이 법칙은 단순해 보이지만 인류 발전 과정이 응축돼 있다. 저항을 이겨내 전기를 보내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모든 산업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저항을 조절하면서 전기를 어디서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게 하는 게 반도체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아예 없는 것을 말한다. 초전도체는 영하 273도 등 특수한 환경에서만 존재한다는 게 과학적 상식이었다. 이를 ‘BCS 이론’이라고 한다. 초전도 원리를 발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세 학자 존 바딘과 리언 쿠퍼, 존 슈리퍼 이름을 땄다. 고온 초전도체 연구로 노벨상을 탄 학자도 있다.

한국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는 소식에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고려대 석·박사 출신 연구진으로 이뤄진 스타트업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전 직원이 미국 코넬대 아카이브에 “세계 최초로 상온 초전도체를 제작했다”는 논문을 지난달 22일 냈다. 구리와 납, 인 등을 특수 처리해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BCS 이론을 다른 쪽으로 발전시켰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사실이라면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연구 성과다. 양자컴퓨터, 핵융합 발전,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등 꿈을 현실화할 원천기술이기 때문이다.

학술지와 달리 학계 검증을 거치지 않은 논문인 만큼 이제 진위를 따져볼 일이다. 세계 3대 학술지인 사이언스 측은 이번 논문 데이터가 조악하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한국 초전도 관련 학회도 결론을 유보했다. 반면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의견이 분분한 과학계와 달리 증권시장에선 기술 개발이 끝난 분위기다. 3일까지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한 코스닥 주식의 순매수세 중 개인 비율은 98%에 달했다. 2차전지 테마에 못 올라탄 개인투자자들의 조급증이 보인다. 설령 논문이 사실이라고 해도 상용화는 별개의 얘기다. 아직 먼 얘기라는 양자컴퓨터 원리도 논문으로는 수십 년 전에 나왔다. 지금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지켜볼 일이다.

이해성 IT과학부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