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에서도 여성 혐오 범죄가 심각한 멕시코가 여혐 노래나 공연을 하는 가수에게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 치와와시는 가정폭력 심각성을 이유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는 노래의 공연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시 의회는 지난달 26일 만장일치로 이 법안을 승인했으며, 마르코 보니야 시장은 이를 위반할 경우 67만4000페소에서 124만4000페소(약 5100만~9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니야 시장은 페이스북에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만연하다”며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과 관련된 긴급 전화의 70%가 거의 이 도시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이를 결코 허용할 수 없다”며 여성에 대한 폭력·차별·소외·배제 등을 조장하는 가사가 있는 경우 법의 적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티 울라테 시의원은 여성과 가족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인권법을 수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모여진 기금은 양성평등을 위해 설립된 지방정부기관이나 학대받는 여성을 위한 쉼터, 폭력 예방 프로그램에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라테 시의원은 그동안 페이스북에 치와와 시민들이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멕시코 공안부 통계에 따르면 치와와 주에서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24건의 여성 살해, 이른바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이란 이유로 살해)가 발생했다.
새로운 법이 어떻게 시행될지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 법의 대상이 될 특정 아티스트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중남미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음악 장르 레게톤 같은 경우 지나치게 성(性)적인 가사로 비판을 받고 있는만큼 법의 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폭력이나 마약 거래와 관련된 멕시코 음악의 일종인 나르코코리도(마약 조직의 영웅담을 노래한 마약 발라드)와 코리도 툼바도(corridos tumbados) 역시 영향받을 수 있다.
치와와주에서의 여혐 노래 금지령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코리도 툼바도가 폭력과 마약 사용을 조장한다고 비판한 지 약 한달 만에 나온 것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 장르를 금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치와와는 과거에도 음악 공연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 적이 있다. 2012년 인기 멕시코 그룹인 로스 티그레스 델 노르테가 나르코코도리도에 속한 3곡을 연주하자 이 밴드의 공연을 금지했다. 행사 주최자에게도 2만페소의 벌금을 부과했다.
치와와시는 멕시코 북부에 있는 치와와주의 중심 도시다. 치와와주에서 가장 큰 도시 시우다드후아레스는 미국 국경과 맞닿아 있는데, 인신매매와 마약 밀수가 빈번한 곳이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