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호일 노인회 회장은 김 위원장의 사진을 때리며 "정신 차려"라고 소리쳤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노인회 사무실을 찾아 "어설프게 말씀드린 것과 마음 상하게 한 것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마음을 푸셨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전날 한병도·이해식 민주당 의원이 노인회를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김 위원장이 직접 와서 사과해야 한다'는 노인회의 뜻에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을 옹호했다 논란에 휩싸인 양이원영 의원이 노인회를 찾아 사과하고, 박광온 원내대표까지 '대리 사과'에 나서겠다고 밝힌 뒤 노인회 방문을 결정했다.
김은경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남편과 사별한 뒤 시부모를 18년간 모셨고 작년 말 선산에 묻어 드렸다”며 “어르신에 대해 공경하지 않는 마음을 갖고 산 적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제가 겪은 얘기를 통해 '투표라는 게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라고 설명하려 했는데 이렇게 비화가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판단하지 못했던 부족함이 분명히 있었다. 어리석음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노인회에서는 김 위원장을 향한 격한 분노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호일 회장은 "오늘날 한국을 성공적인 나라로 만든 사람들을 여야 어느 쪽이든 정치권이 등한시하고 있는데, 투표권을 왈가왈부하니 지금 노인들이 난리도 아니다"라며 "당을 망치는 위원장이냐"고 질타했다.
이어 "1000만 노인을 대표해 본인을 보고 볼을 때려야 노인들의 분이 풀릴 거 같은데 손찌검을 해서는 안 되니까 사진이라도 때리겠다"며 김 위원장의 사진을 들고 "정신 차려"라고 소리치며 여러 차례 때렸다.
김 위원장이 노인회 측의 사퇴 촉구에 "그건 다른 문제"라고 일축하자, 최창환 노인회 부회장은 "당신이 자격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논란의 발언은)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을 위해서도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의견이 어떤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점수 이번에 완전히 떨어졌다"며 "아마 (그만두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고 노인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전했다.
노인회 방문을 끝낸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전국의 노인분들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것 죄송스럽고 사죄드린다. 앞으로 이렇게 가벼운 언사를 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 말을 삼가겠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