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채 미매각 다올證, 발행 규모 축소…투심 위축 우려

입력 2023-08-03 10:49
이 기사는 08월 03일 10:4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모채 시장 데뷔전에서 미매각 사태를 겪은 다올투자증권이 예정보다 발행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 확대 등이 반영된 여파다. 공모채 시장에서 증권채 투자심리 위축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요예측 미매각으로 발행 규모 축소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오는 8일 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1년물 200억원과 1년6개월물 300억원 규모다. 당초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 1년물 600억원과 1년6개월물 200억원 등 총 800억원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열었다. 창사 후 처음으로 공모채 발행에 나서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다올투자증권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로 매겼다.

수요예측 결과 1년물에 180억원, 1년6개월물에 300억원 등 48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1년물은 연 7%, 1년6개월물은 연 7.3% 등 희망 금리 상단으로 조달 금리가 최종 책정됐다.

공모채 데뷔전에서 미매각 사태를 겪은 다올투자증권은 결국 조달 규모를 8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줄여 발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추가 청약 여부를 두고 내부 논의를 진행했지만, 목표 물량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확보한 자금은 차입구조 장기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기존에 발행한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장기 회사채로 차환할 방침이다. 지난 6월 연 5.9% 금리로 발행된 3개월물 CP 300억원과 지난 7월 연 5.85%로 발행된 3개월물 전단채 200억원이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증권채에 대한 공모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주춤했던 영향으로 보고있다. 지난 6월 증권채를 발행한 KB증권은 모집 물량은 채웠지만 개별민평 대비 높은 금리에 책정되는 ‘오버 발행’을 피하지 못했다. 기관투자가가 높은 금리에 매수 주문을 넣으면서 증권사의 이자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다.

다올투자증권이 공모채 시장에 데뷔하는 ‘초도발행’이라는 점도 발목을 잡았다. 일반적으로 초도 발행에 나선 기업은 기관투자가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편이다. ◆각종 악재에 증권채 위축 장기화 우려도공모채 시장에서 증권채 위축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 PF 부실 우려는 여전히 큰 상태다. 다올투자증권도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큰 대표적인 증권사 중 한 곳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다올투자증권의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 및 기업여신 규모는 5995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78.2%에 달한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도 위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선 증권사들이 투자한 해외 오피스빌딩에서 줄줄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 28곳의 해외 부동산 투자 잔액은 13조7000억원으로, 증권사 자기자본의 약 18%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공실률과 금리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오피스 자산 비중이 절반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각종 악재가 속출하면서 증권사 신용도 하향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다올?하이투자증권 등 부동산 PF 관련 부실 위험이 증권사와 미래에셋?하나?메리츠증권 등 해외대체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증권사를 중심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조달에 나선 증권사들은 외화채 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각각 4억달러, 200억엔 규모 외화채를 발행했다. 해외 기관투자가의 중국물 외면 현상이 짙어지면서 국내 증권사의 외화채가 주목을 받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사무라이채권을 찍은 후 다른 증권사에서 관련 문의가 쇄도했다”며 “증권사들이 국내외 조달 시장에서 조달 창구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