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후 기침 많이 하는 아이들…'마른 익수' 주의하세요

입력 2023-08-04 19:12
수정 2023-08-14 16:28
찜통 같은 더위가 이어지면서 물놀이를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는 때다. 매년 여름 바다, 강 등에 빠지는 익수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물놀이를 끝내고 물 밖으로 나온 뒤엔 익수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사소통이 서툰 아이들은 이때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물놀이 후유증으로 ‘마른 익수’ 증상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서범석 순천향대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4일 “마른 익수는 정식 의학용어는 아니다”며 “(폐 등에) 물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는데 발생하는 익수사고가 마른 익수”라고 했다.

폐는 꽈리 모양의 작은 공기주머니로 이뤄졌다. 기도를 통해 공기가 오가면서 호흡하는데 이곳으로 물이 들어가면 폐포가 손상돼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익수 상태다. 대개 몸무게 1㎏당 2~3mL 정도의 물이 기도로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본다. 성인은 종이컵 한 컵(180mL), 아이는 소주잔 한 잔(50mL) 정도의 물만 잘못 흡입해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마른 익수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심한 ‘후두연축’ 반응 때문이다. 모든 포유류는 물속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후두 부분이 수축되는 후두연축 반응이 일어난다. 폐 속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폐 위쪽에 있는 후두 스스로 입구를 좁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이런 후두연축 반응이 너무 심해 정상적인 호흡까지 힘들어질 수 있다. 이때 폐 속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아도 마른 익수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물놀이 등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소량의 물이 폐로 들어간 뒤 이에 대한 후유증으로 마른 익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서 교수는 “폐에 물이 들어간지도 모를 정도로 소량이 들어갔을 때 생기는 폐부종, 폐렴 등의 2차 합병증을 마른 익수로 표현하기도 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얕은 물에서 물놀이 등을 한 뒤에도 익수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물놀이가 끝난 지 최대 8시간이 지난 뒤에 마른 익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후두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만 4세 이하 아이는 기도로 물을 흡입하기 쉬워 잘 관찰해야 한다.

아이들이 호소하는 가장 흔한 마른 익수 증상은 기침과 호흡곤란이다. 물놀이 후 아이가 기침을 갑자기 너무 많이 하거나 이런 기침 증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마른 익수를 의심해야 한다. 서 교수는 “단순 감기에 걸린 것 이상 수준으로 기침을 많이 한다면 (마른 익수의) 첫 신호”라며 “이후 숨쉬기 힘들어하고 의식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산소 부족 탓에 입술이나 팔다리 등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아이가 물놀이 후 이런 증상을 호소한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마른 익수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가 병원을 찾으면 엑스레이, 혈액검사 등을 통해 환자 상태를 평가한다. 아이가 호흡을 제대로 하는지, 기도는 문제없는지 등을 확인한 뒤 호흡에 문제가 있다면 산소를 공급하는 치료를 한다. 폐렴이나 폐부종 등의 증상이 있다면 이들 합병증을 치료하는 약물을 활용하기도 한다.

마른 익수 증상을 호소하는 아이가 심정지 등으로 사망(익사)할 위험은 1% 내외로 높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은 물놀이 사고에 빈번하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서 교수는 “아이들이 물에 빠질 땐 상당히 조용히 빠지고 수초 만에 금방 빠진다”며 “아이들이 물에 빠지는 것은 순식간에 일어난다”고 했다.

마른 익수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아이가 물에 들어가면 보호자가 같이 들어가고, 아이가 물에서 나오면 보호자도 같이 나오는 게 첫 번째 원칙”이라며 “물에 들어갔을 땐 보호자의 팔 거리 안에 아이가 들어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물놀이할 땐 구명조끼 등 보호장비를 잘 착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