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감독 "'더 문'이 SF영화인가요?" [인터뷰+]

입력 2023-08-04 06:01
수정 2023-08-04 06:03


김용화 감독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흥행 감독이다. 20년 전 개봉한 상업 영화 연출 데뷔작 '오! 브라더스'를 비롯해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는 물론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다. 동시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연출자이기도 하다. 휴머니즘이라는 색깔을 갖고 가면서도 색다른 소재와 볼거리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왔다. '더 문' 역시 김용화 감독의 세계관이 이어진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더 문'은 2029년 달 탐사를 위해 떠난 우리호를 배경으로 한 작품. 김용화 감독은 "EBS 한국천문연구원 특강을 보고 '더 문'을 기획하게 됐다"면서 이야기의 시작점을 전했다.

"인간과 달의 관계를 풀어가는 내용이었는데,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 자기가 처한 입장을 우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먼지처럼 겸허해지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죠. 그러다 '신과 함께-인과 연'을 작업하던 중에 시나리오 원안을 보게 됐고, 달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더 문'을 시작하게 됐어요."

'더 문'의 배경은 2029년이다. 머지않은 미래라는 점에서 허구의 배경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는 평이다. 실제로 김용화 감독이 '더 문'을 준비하던 초반, 2030년엔 국내 기술로 무인 달 탐사선을 보낸다는 계획이 있었고, 현재는 2032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그 때문에 김용화 감독은 "'더 문'을 SF(Science Fiction, 공상과학)이라고 하는데, 이게 정말 SF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달이 아니었다면 SF가 됐을 것도 같아요. 무인 착륙선이 내려가고, 그 후인 유인 착륙선이 갈 거 같은데 이 정도 배경이면 조금 당겨와도 어마어마하게 달라질 건 없을 거 같더라고요. 휴대전화 하나만 갖고 오더라도 너무 시대를 앞서가면 SF가 되는데, 이건 그렇게까지 할 얘긴 아니라 판단했죠. '당연히 그럴 수 있지'라고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요."

이를 위해 김용화 감독은 철저하게 자문받았다. 시나리오를 작업하는 7~8개월 동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 국가 전문 연구기관으로부터 조언을 받았고, 지구와 여러 조건이 다른 달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인 반응들에 대한 자료들을 확보했다. '더 문'이 천문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 시사회를 개최한 이유다. tvN '알쓸인잡'으로도 유명한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는 시사회 참석 후 "영화가 시작할 때 너무 두려웠고 슬펐고 마침내는 즐겁게 잘 봤다"면서 "달 표면에서 걷고 달리는 자동차, 로봇 등이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달에 관한 지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극찬했다.

김용화 감독은 "자문받으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부분이 수학적으로 풀리는 걸 알게 됐다"며 "추력 계산이나 우주에서 착륙선이나 사령선이 도킹하는 과정들이 다른 영화에서 봤던 물리적 시간 보다는 굉장히 길고, 수학적이라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황선우(도경수 분) 대원이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딜 때 깃발이 흔들리지 않는 장면 등 "세계 최초 유인 달 탐사선 아폴로호와 관련한 음모론 증거들이 '더 문'에서도 반영된 거 같다"는 질문을 던지자 "너무 잘 알려진 내용들이고, 기본적인 것들 아니겠냐"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달에서 내리는 장면도 좋지만, 우주에서 기체를 발사해 방향을 조절하고, 무중력 상태에서는 약간의 충격으로도 속도가 느껴지는 공포가 있는데 이 부분이 물리적으로 잘 고증이 됐고, 시각적으로도 잘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고 소개했다.

'더 문'은 280억원의 제작비를 사용했지만, 작품을 본 관객들은 "적은 예산으로 엄청나게 잘 찍은 거 같다"는 반응을 보일 만큼 생생하게 우주를 구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5개월의 촬영, 1년의 후반 작업을 진두지휘한 김용화 감독은 "관객들이 볼 때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도 신선한 충격이 있어야 하니까 안배에 대해 고민했다"며 "비주얼의 효용 시간은 감정과 융합되지 않으면 짧다. 감정의 설계를 하고 토의하면서 적절한 비주얼을 가져가는 것으로 논의와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신파'라는 비판에는 "우리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용화 감독은 "아쉬운 부분을 말씀해 주실 때 '신파'라는 얘기를 하시는데,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감정적인 부분은 유수의 많은 작품에서도 그렇지 않나. 동료를 잃었으니까, 웃지 않고, 절규하고, 아파하고, 그래서 그렇게 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문'은 '대중영화'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적절한 볼거리 이전에 관객과 동감하고 소통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그렇게 준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시기에 촬영을 진행하면서 8명 이상 운집 금지, 주52시간 등을 철저히 지켜야 했다. 베테랑 연출자이지만 처음 겪는 상황에서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소통이 힘들었다"고 어려움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배우들, 스태프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설경구 선배는 앞으로 제 작품에만 나오셨으면 좋겠고(웃음), (도)경수는 아직 경험이 필요하니 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도 저랑은 쭉 갔으면 좋겠어요. 김희애 선배님은 ''더 문'은 두 사람이 돋보여야 하는 작품'이라며 엔딩 크레딧에도 가장 나중에 이름이 나오게 해 달라고 먼저 요청했어요. 너무나 훌륭한 연기자들이고, 진솔하고, 허례허식이 없어요. 인간적으로도 너무 좋은 분들이죠. 이분들과 할 수만 있다면 쭉 같이 하고 싶죠."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