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논란이 일파만파 계속되는 가운데,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결국 고개를 숙였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민주당 구성원은 세대 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을 하지 않겠다"며 "민주당은 모든 국민의 말씀을 겸허하게 경청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모든 언행에 신중하고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혁신위 청년 좌담회에서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 표결을 해야 하느냐"라는 아들의 발언을 소개하며 '합리적이다'고 평가해 뭇매를 맞고 맞았다. 혁신위 측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비판에 직면한 뒤에도 "사과할 일이 아니다"고 해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노인 관련 발언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했다. 대한노인회까지 나서서 해당 발언을 비판하는 등 여론이 악화하자 박 원내대표가 결국 '대리 사과'에 나선 것이다.
대한노인회는 이날 김호일 회장 명의로 성명을 내고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을 무시한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분노한다"며 "민주당 대표가 우리나라 노인을 대표하는 대한노인회를 찾아와 발언의 진위를 해명하고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해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문제는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논란에 낮은 자세를 취한 반면, 혁신위는 여전히 '사과할 일이 아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은 이날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좀 더 명확하게 사과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따로 논의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혁신위는 흔들림 없이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혁신위 윤형중 대변인은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사과할 일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서복경 민주당 혁신위원은 아예 김 위원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그 자리에 같이 있었고, 청년들을 대상으로 이분이 말했을 때는 이렇게 논란이 될 거라고 생각은 안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연구자들의 일상적인 표현은 다른 것 같다"며 "그때 합리적이라는 표현은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라는 뜻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치적 의도로 혁신위를 공격했다는 뜻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아무래도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위원장 설화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빼는 지도부와 달리, 혁신위는 느긋한 태도를 고수하면서 논란은 더 증폭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혁신위가 당 별도 기구인 만큼, 당 지도부가 혁신위를 좌지우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원이나 혁신위원장에 대해 당이 징계를 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 "당의 진로에 대한 문제, 안을 내면서 책임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