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박개조 시장 뜬다…HD현대글로벌서비스, '수주 뱃고동'

입력 2023-08-02 17:51
수정 2023-08-05 18:07
노후 선박이나 해양설비를 개조하는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선박 시장의 탄소 중립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다. HD현대그룹의 선박 개조·수리 자회사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이르면 다음달 부유식 가스 저장·재기화 설비(FSRU) 개조 프로젝트를 처음 수주하며 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추가 수주 10건 논의 중
2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선사들은 노후 LNG선을 해상 LNG터미널인 FSRU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잇따라 발주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해상 LNG 인프라를 늘리면서다. LNG선을 FSRU로 개조하는 데는 1년밖에 걸리지 않는 데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반면 육상 LNG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3~5년이 걸리고, FSRU를 새로 도입하려면 2~3년이 필요하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중립 규제 강화도 FSRU 개조 수요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규모 탄소 배출로 선박 운항에 어려움을 겪는 노후 LNG선을 FSRU로 개조하는 게 고철로 파는 것보다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개조 프로젝트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는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올 하반기 글로벌 선사와 FSRU 개조 계약을 두 건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금액은 각각 1억~1억3000만달러(약 1200억~1600억원)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선사들과 개조 일정, 구체적인 계약 금액 등을 놓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이 밖에 10건의 FSRU 개조 프로젝트 수주를 논의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이 전 세계 발주된 FSRU 건조 계약 50건 중 12건을 따내는 등 관련 기술을 갖추고 있는 점이 글로벌 선사의 ‘러브콜’을 받는 배경으로 꼽힌다.

또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존 디젤 선박을 메탄올 이중연료 선박으로 개조하는 수요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탄소집약도지수(화물 1t을 1해리 운송하는 데 배출되는 탄소 양을 등급화) D등급 또는 E등급을 받은 선박은 12.8%에 달한다. 3년 연속 D등급을 받거나 1회 이상 E등급을 받으면 운항이 제한된다. ○선박 AS 시장 급증세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지난달 수주한 재액화 설비 설치 프로젝트도 성장 폭이 큰 시장이다. 이 회사는 척당 1000만달러로 LNG 운반선 5척에 재액화 설비를 신설하는 계약을 맺었다. 재액화 설비는 LNG 화물창에서 누수되는 가스(BOG)를 다시 액화시키는 시설이다. 재액화 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전 세계 LNG 운반선만 100여 척에 달한다. 추가 수주를 기대하는 이유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인도하는 개조 선박 수도 늘고 있다. 2021년 76척, 2022년 157척, 올 상반기엔 85척을 인도했다.

선박 인도 증가에 따라 개조뿐만 아니라 사후서비스(AS)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통상 선박 수명은 20~30년인데, 선령이 3년 이상 지나면 엔진과 각종 기자재를 보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AS 사업은 소모품 공급과 수리용역 서비스로 나뉘는데 양쪽 모두 수익성이 좋다”고 말했다. LNG선 인도가 늘어날수록 AS 수익도 커진다. LNG선엔 최신 기술이 적용돼 부품 단가가 비싼 데다 숙련된 엔지니어가 필요해 수리비가 많이 든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확충한 뒤 개조 및 AS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