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와 관련해 ‘건설 이권 카르텔’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LH 퇴직자가 설계·감리 업체에 재취직해 부실 감독·시공을 눈감아주는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 지방자치단체장 등 정·관계 인사와의 유착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첫 발언에서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건설산업의 이권 카르텔이 지적되고 있다”며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무량판 공법 지하주차장은 모두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 오류, 부실시공, 부실 감리가 이뤄졌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무량판 공법으로 시공한 모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조속히 추진하기 바란다”며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는 엄정한 행정 및 사법적 제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같은 발언은 무량판 공법 지하주차장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 주로 설계·시공된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아파트는 주로 경기도 등 야권 단체장 재임 기간에 착공된 곳이 많다”며 “지자체에서 인허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건설산업 이권 카르텔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토부는 이달 하순 민간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수조사 계획을 공개하고 점검에 들어갈 예정이다. 2017년 이후 준공된 전국 민간 아파트 중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도입한 단지는 총 293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105개 단지는 공사 중이며, 188개 단지는 입주를 끝냈다. 민간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는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를 앞둔 민간 아파트 주민도 부실 공사에 대한 우려로 안전진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는 “입주 예정 단지에서 설계와 시공, 감리 현황을 점검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양길성/서기열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