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호남 정치인 '총선 격전지' 수도권서 뛴다

입력 2023-08-01 18:39
수정 2023-08-02 00:57
여권에서 비주류로 꼽히던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내년 총선 출마에 시동을 걸고 있다. 호남뿐 아니라 수도권에도 출마 예정자가 대거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은 호남 출신 정치인이 총선에 많이 출마하는 것이 호남 지역뿐 아니라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 유권자의 표심을 잡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총선 준비 중인 與 호남 인사들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 내 호남 인사 상당수가 수도권 내 당원협의회 위원장(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협위원장은 총선에서 공천 1순위로 꼽히는 자리다. 서울 동대문구을에선 광주 출신의 김경진 전 의원이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20대 국회(광주 북구갑)에서 국민의당 소속이던 김 전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 공보특보단장을 맡으며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작년 12월부터는 동대문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역 중에선 전북 출신인 이용호 의원(재선)이 최근 서울 마포갑 당협위원장 모집에 공모했다. 이 의원은 전북 남원·임실·순창에서 재선을 한 인사다. 이 의원은 한국경제신문에 “인구 하한선 붕괴로 기존 지역구의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접전 지역인 서울에서 한 석이라도 더 갖고 오겠다”고 했다.

전주 출신의 이용 의원(초선·비례)은 서울 송파갑 출마가 거론된다. 이 의원은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맡은 친윤계 인사로 꼽힌다. 양천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수진 최고위원(초선·비례)도 전주 출신이다.

호남 지역 출마자 중에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지낸 이정현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이 출마 의지를 굳혔다. 3선의 이 부위원장은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거친 뒤 19~20대 때 전남 순천에서 연이어 당선됐다. 대구 출신이지만 호남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는 천하람 순천갑당협위원장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수도권 표심 위한 서진정책국민의힘은 2020년 총선 참패 이후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한 ‘서진정책’을 강화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020년 8월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은 데 이어 윤 대통령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최근에는 당 지도부가 지난달 25일 전북 익산에서 수해 봉사활동을 하고 27일 전북 군산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여권의 서진정책은 단순히 호남 지역의 승리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그보다 수도권에 있는 호남 출신 유권자의 표심을 다잡기 위한 의도가 강하다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다. 의석수 121석인 수도권은 총선 최대 격전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울 거주자 923만 명 중 호남 출신은 14.4%(132만 명)로 영남(12.8%) 출신보다 많다. 여권 관계자는 “서울 지역구 상당수는 표차가 2~3%포인트인 접전 지역이어서 중도 성향의 호남 출신 유권자의 표가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간 서진정책은 소기의 성과를 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의 호남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 3명이 모두 득표율 15%를 처음 넘었다. 지방선거 시행 후 처음이다. 여권의 한 호남 인사는 “당이 호남 인사에 어떤 역할을 부여할지에 따라 수도권 내 호남 출신 유권자의 표심도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