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진료만, 제약사는 신약 연구개발(R&D)과 생산에만 집중하도록 디지털전환(DX) 혁신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키울 겁니다.”
김현수, 정병찬 블루엠텍 공동대표는 1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2015년 문을 연 블루엠텍은 동네 병·의원 3만4900여 곳 중 2만7400곳이 가입한 국내 의약품 e커머스 1위 플랫폼 ‘블루팜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 8년 만에 병·의원 80% 가입
김 대표는 13년 넘게 정보기술(IT) 회사를 운영하다가 연제량 블루엠텍 이사회 의장과 블루엠텍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약사인 정 대표는 얀센 등 제약·바이오기업에서 20년 넘게 경험을 쌓은 뒤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의사가 약을 공동구매 방식으로 저렴하게 사도록 돕자.’ 이들의 창업 아이디어다. 단순하지만 현실화한 기업은 없었다. 제약사가 제조한 약 등이 의사에게 전달되기까지 복잡한 중간 도매상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깨려고 도전한 회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약국과 병·의원 5만9695곳을 책임지는 의약품 유통회사는 3332곳(2021년 기준)에 이른다. 산술 계산하면 유통 도매상 한 곳이 18개 기관밖에 관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기형적 구조가 자리잡은 것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다. 제약사가 의료기관, 약국 등과 직접 거래하는 게 금지되면서 중간 유통사가 급격히 늘었다. 마진은 높아지고 원가는 잘 드러나지 않는 불투명한 시장이 형성됐다. 복잡한 의약품 유통구조 혁신블루엠텍은 DX에서 답을 찾았다. 제약사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약을 팔면 여러 도매상과 계약하지 않아도 된다. 의사는 싸게 약을 살 수 있다.
코로나19는 기회가 됐다. 감염병 탓에 의약품 판매 관리 등을 담당하던 영업사원의 병원 방문이 어려워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유통을 담당한 것도 급성장한 계기가 됐다. 백신 유통으로 ‘선불제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쌓인 데다 비만 주사제, 기능성 수액제 등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난 것이다. 초기엔 수백만원 결제도 머뭇하던 동네의원 원장들이 할인 포인트 등을 받기 위해 수억원씩 예치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 플랫폼을 택한 제약사는 30여 곳으로 증가했다. 정 대표는 “매달 국내 의료기관 8000여 곳에서 90억원가량의 의약품을 구매한다”며 “대면 거래가 일반적이던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병원·제약사 DX 돕는 기업 될 것”유통 플랫폼이 성장 궤도에 오르자 블루엠텍은 본격적인 DX 사업에 뛰어들었다. 제약사 직원이 병원을 찾아 주문·결제·배송하던 시스템을 웹으로 구현한 블루오더링시스템(BOS)을 출시했다.
김 대표는 “병원 전자의무기록(EMR)과 연동해 의약품을 관리할 수 있어 유통기한이 지난 약이 환자에게 투여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기술 혁신성 등을 인정받아 올해 6월 의약품 유통사로는 처음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달 13일엔 경기 평택물류센터를 완공했다. 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게 목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