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가 지역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서울숲길 등에 지정했던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성수동 전역으로 확대한다. 성수동(사진)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핫플’로 떠오르면서 3.3㎡당 매매가가 1억3240만원까지 오르는 등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의 상권 내몰림)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성동구는 성수전략정비구역과 입주 예정인 아파트 단지를 제외한 성수동 대부분 지역을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한다고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서울숲길과 상원길 일대 26만여㎡ 규모였던 면적이 220만여㎡로 8.6배 늘어난다. 지난달 말 지역공동체상호협력위원회 심의를 마쳤으며, 이달 초 고시할 예정이다.
지속가능발전구역 내에선 구 조례에 따라 임대정보가 상시 모니터링되고, 임대인 및 임차인 간 상생협약 등이 적극 권장된다. 건물 신·증축 시 임대료 안정 이행협약 체결을 전제로 용적률을 대폭 완화받을 수 있다. 지역 고유의 개성을 지킬 수 있도록 대기업·프랜차이즈 신규 입점도 제한한다. 성동구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상생협약에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임대료 안정에 기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동구는 2015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을 도입하고 전담 조직을 꾸려 대응해 왔다. 이번에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관리 범위를 대폭 넓히기로 한 것은 이 같은 노력에도 임대료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성수동1·2가 상업시설의 평균 매매가는 3.3㎡당 1억3240만원으로, 2020년보다 62.5% 올랐다. 서울 평균(3.3㎡당 8927만원)과 비교해도 48.3% 비쌌다. 성동구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성동구의 임대료 상승률은 42%로 서울 모든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유동 인구가 크게 늘어난 성수역과 연무장길 일대의 임대료는 2018년 3.3㎡당 10만원에서 2022년 15만원으로 50% 상승했다. 글로벌 종합부동산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의 김성순 전무는 “성수는 ‘힙’하면서도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는 등 럭셔리까지 갖춘 곳”이라며 “요즘 소비자의 취향과 맞아떨어져 상권의 매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구는 다른 지자체와 함께 임대료 과잉 상승 방지를 위한 법제도 정비를 추진하기로 했다. 성동구 관계자는 “실태조사 결과 임대료의 편법적 인상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관리비 규제 신설, 상가임대차 실거래가 신고 의무제 도입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