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 공사에서 기둥을 지탱하는 철근을 규정보다 적게 넣은 아파트가 15개 단지나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발주 아파트 91개 단지를 전수조사해 그제와 어제 발표한 결과는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주차장 붕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드러난 ‘철근 누락’이 일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무량판 구조는 상부 무게를 버티는 보가 없고, 기둥에 슬래브를 바로 연결하기 때문에 철근 부품인 전단 보강근 설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적발된 15개 단지 중 10곳은 설계 도면에서부터 전단 보강근 표시를 누락했다. 5개 단지는 설계 도면엔 있었지만, 시공 과정에서 빼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을 총괄 관리·감독해야 할 LH의 태만은 말할 것도 없고 설계와 감리, 시공사도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은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이다. 특히 5개 단지는 이미 입주까지 마쳤다고 하니 입주민들이 느낄 불안을 가늠하기 어렵다. 국토부는 LH 이외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100여 개 단지에 대해서도 안전점검을 진행 중이다. 얼마나 더 많은 아파트에서 철근 빼먹기와 같은 부실이 드러날지 걱정이 앞선다.
한국은 국민의 약 53%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나라다. 세계 10위 경제 강국으로 건설기술 경쟁력도 6~7위를 자랑하는 국가에서 이런 후진국형 부실 공사가 만연할 수 있는지 말문이 막힌다. 특히 시공 능력 5위권 이내의 대형 건설사가 시공하는 아파트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다른 건설사의 아파트 안전과 품질에 대한 불안도 증폭되고 있다. 오죽하면 ‘순살 아파트’라는 말까지 나왔겠나.
국민 안전에 대해서는 결코 타협해선 안 된다. 특히 아파트 부실 공사는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대 범죄로 다스려야 한다. 철근 레미콘 등 자재를 누락해 얻는 이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징벌적인 배상과 처벌을 가하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국회는 속히 발주자의 감리 책임을 강화하는 건설산업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정부는 건설 비리 카르텔을 뿌리 뽑겠다는 자세로 안전점검과 수사에 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