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해 3년 뒤 헐값에 처분하는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보관 중인 양곡 14만t을 연말까지 사료·주정용으로 특별 처분한다. 지난해 큰 폭으로 떨어진 산지 쌀값을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77만t을 사들인 데 따른 조치다. 2년치 적정 재고량(80만t)과 맞먹는 규모로, 쌀 재고량은 지난 4월 말 170만t을 넘어섰다. 정부 양곡창고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정부가 땡처리에 나선 것이다.
특별 처분이 아니어도 매년 50만t 이상의 쌀이 이런 식으로 처분된다. 지난 6년간 공공비축 및 시장격리를 위해 정부가 양곡을 비싸게 사서 헐값에 처분해 입은 판매 손실은 3조2865억원에 달한다. 관리비까지 더하면 4조3913억원에 이른다. 연평균 7319억원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정치권 때문이다. 지난 20년 사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40%나 줄었다. 시장 원리에 따른다면 쌀 생산도 이 정도 줄어야 정상이다. 정부도 쌀 재배를 줄이고 다른 작물 쪽으로 유도해왔지만, 쌀 과잉 생산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수급을 조절해 예산 낭비를 줄이기보다 농민 표를 의식한 쌀 의무매입 등 과보호 정책에 치중한 탓이 크다. 2005년부터 80만t을 상시 준비하는 공공비축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지난 18년 동안 공공비축분 이상을 추가로 사들이는 시장격리 조치가 10차례 이뤄진 것도 쌀값이 떨어지면 정치권에서 어김없이 수매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창고에 쌓인 쌀은 3년 뒤 매입가 10% 정도의 헐값으로 술 원료 등으로 팔리면서 ‘밑 빠진 독에 혈세 퍼붓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상황인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관리법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자 비슷한 내용으로 다시 추진하고 있다. 이런 선심성 표심 잡기로는 농업 경쟁력 향상은 요원하다. 농업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하려면 농정 포퓰리즘부터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