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03일 08:1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성공하는 모든 사업은 고객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편리한 서비스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2020년 5월 출시된 '삼쩜삼'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편리한 서비스다. 이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간편인증을 하면 종합소득세 환급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가입자는 1600만명을 돌파했다. 누적 환급 금액은 8000억원에 달한다.
복잡한 세금 신고를 간단하게 처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꺼이 수수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 덕분이다. 삼쩜삼은 고객이 몰라서 받지 못했던 환급금을 찾아주고 10~20%를 수수료로 받는다. 수수료를 내더라도 이득이니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기존에 없는 서비스를 공략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긱워커'(초단기 노동자)가 늘었지만 이들을 위한 세무 서비스가 없다는 데 주목한 것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는 삼쩜삼에 날개를 달아줬다. 세무사가 처리하기 어려운 복잡한 세금 시나리오를 1초에 수만 건 처리할 수 있다.
2020년 41억원이던 삼쩜삼의 매출은 2021년 311억 원, 2022년 49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회사는 이달 초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마지막 투자라운드에서 기업가치를 3000억원 대로 평가 받았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의 김범섭, 정용수 공동대표를 만나 상장 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삼쩜삼 가입자 수가 1600만명을 넘어섰다.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나.
김범섭(이하 김) =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동안 수많은 아이템이 실패하고 나니 섣불리 확신을 가지지 않게 됐다. 사실 안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잘될 걸 기대했다가 안 되면 데미지가 너무 커서 다시 일어나기 어렵다. 안되더라도 해볼 만한 서비스를 하는 게 중요하다. 대략 20여개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잘 될 것 같던 것도 망했다. 사실 지금 기억이 잘 안 나는 서비스도 많다. '예쁜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냈던 것 같다.”
▷명함관리 서비스 앱 리멤버를 창업해 손대는 것마다 성공을 거둔 것 같은데 의외다. 실패한 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있나.
김 = “대학생 시절 선보인 명함 전송 서비스 '프로필미'가 있다. 기업 채용 행사에 가보니 채용 담당자들이 명함을 나눠주는데 정작 대학생들은 명함이 없어서 자신을 홍보하고 싶어도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 페이스북 로그인 한 번으로 10초 안에 명함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상대방에게 명함을 받으면 자신의 모바일 명함을 링크로 전달해준다. 채용 박람회에서 명함을 만들어주는 프로모션도 하고 반응이 괜찮았다. 그런데 성공하진 못했다. 그러다 투자받기 위해 한 투자기업 대표를 만났더니 그분이 "명함을 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받은 명함이 문제"라고 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명함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명함을 입력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게 지금의 리멤버가 됐다.
구인·구직, 채용 플랫폼도 개발했다. 채용이 성사되면 지원금을 주는 서비스인데 10만명 정도 가입자 수를 모았다. 이 서비스도 그 이상 성장하지 못했다. 지금은 구직플랫폼들이 보편화돼있지만, 당시엔 플랫폼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타이밍이 빨랐던 것 같다. 창업 성공에 기여하는 요소 중 사업 아이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10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서비스를 만들어낸 이후 끝까지 갈 수 있는 역량에 달려있다.”
▷명함관리에서 세금 분야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 “막내 시절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대학원에 연구하러 들어갔는데 석사 1년 동안 영수증 붙이고 연구실의 비용을 정산하는 일을 했다. 졸업 후 KT에 입사했는데 이번엔 신입사원이라고 또 부서 영수증 정리를 맡았다. 창업했더니 세무사가 영수증을 모아서 붙여오라고 책자를 줬다. 이걸 세 번 했더니 진절머리가 났다. '명함은 사진만 찍으면 자동 입력이 되는데, 영수증은 왜 10년 넘게 직접 붙여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세금 분야를 보게 됐고 AI 경리회계 시스템을 개발했다.”
▷처음부터 세금 환급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창업한 것이 아닌데, 어떻게 사업 방향을 전환하게 됐나.
김 = “리멤버 서비스할 때 명함 인식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당시 경쟁사였던 캠카드의 정확도가 85% 정도 됐다. 10장의 명함을 찍으면 두 개 이상 틀리니까 사람이 일일이 확인을 해야 한다. 리멤버는 '인식률을 높이면 과연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쓸까?'하는 가설을 가지고 시작했다. 시간과 돈을 들여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는데 사람들이 안 쓰면 안되니까 일단 출시를 해보고 판단하자고 생각했다. 재택근무 아르바이트를 써서 명함을 받아 직접 입력했다. 어떤 교수님은 '박사 학위까지 받은 사람이 창업했으면 기술 개발해야지 그런 식으로 하면 되나'고 했다. 이때 단기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면서 '긱워커' 시장에 눈을 떴다. 정규직 외에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걸 봤다. 사실 우리도 일종의 플랫폼 노동자다. 앱 하나만 있으면 일을 하게 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긱워커들을 위한 서비스를 생각하게 됐다.”
▷ 삼쩜삼의 뼈대는 정용수 대표님이 합류하신 이후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삼쩜삼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정용수(이하 정) = “15년 동안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했다. 제가 근무할 당시엔 하드웨어 개발자가 메인이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액세서리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다 보니 하는 일이 계속 바뀌었다. 뭔가 제대로 된 걸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회계사 시험공부를 했다. 저는 사실 '세금 덕후'다. 돈과 세금 정산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았다. 집에서 가계부도 제가 다 쓰고 가족들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들의 종합소득세 정산까지 제가 도와줬다. 부양가족 수와 소득, 상황에 따라 세금을 계산해주는 엑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최대로 많이 환급받을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해줬다. 20년 전 직장 다닐 때 만들었던 프로그램을 삼쩜삼에서 업그레이드한 거다. 이런 작업은 수백에서 수만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이 하기엔 어렵다. 세법도 알아야 한다. 계속해서 바뀌는 복잡한 세법을 납세자나 세무사가 공부해 일일이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몰라서 법에서 정한 혜택을 못 받는 경우를 찾아내고 자동으로 최적의 시나리오를 계산해줄 수 있어 획기적이다.”
▷국세청이 수집한 개인의 소득, 지출 등 방대한 데이터를 사기업이 이윤 창출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있다.
정 = “세금 데이터에 접근한다는 이유로 삼쩜삼이 국세청과 특수관계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기술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받는 데이터는 고객의 동의를 얻어 고객이 보는 홈택스 화면을 저희가 엿보는 '스크래핑'이다. 스크래핑을 불법으로 정의할 것이냐는 모호하다. 미국에선 최근 몇 년 간 스크래핑 불법화 논의가 있었지만, 현재로선 불법이 아니다. 국내 모든 세무 관련 프로그램도 스크래핑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김 = “개념적으로 보면 데이터의 주권은 홈택스가 아니라 개인에게 있다. 마이데이터도 이걸 저장하고 있는 회사가 정보의 소유권을 가진 게 아니라 고객이 갖고 있다. 은행 계좌의 거래 내역은 은행이 소유권을 가진 게 아니라 내 것이다. 나의 데이터를 거래나 대출, 세금 납부 등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주고받게 해주는 게 마이데이터의 취지다. 세금 데이터도 개인이 환급받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을 택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본다.”
▷국세청도 삼쩜삼과 비슷한 서비스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안다. 정부가 세금 환급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불리한 위치에 놓이지 않을까?
김 = “민간 영역과 공적 영역은 다르다. 정부는 인프라와 기간망을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고객과 직접적으로 맞닿는 서비스는 민간 생태계에 맡기는 게 정부의 방향이다. 국세청도 민간기업이 데이터를 더 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 질이 높아지려면 기업들이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배달 서비스도 비슷하다. 배달 플랫폼의 폭리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플랫폼 생태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와 민간 기업의 역할이 다른 만큼 충돌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
▷삼쩜삼이 지금까지 환급해준 금액이 8000억원에 달한다. 정부 입장에선 돌려주지 않아도 됐던 세금을 알뜰하게 찾아가니 세수 측면에선 달갑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정 = “연 단위 세수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다. 오히려 저희 서비스 덕분에 종합소득세 신고가 늘었다. 3~4년 전 600만건이던 신고가 작년 1000만건으로 늘었다. 신고를 안 하던 사람들도 저희 서비스를 이용해보면서 소득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이다. 환급받는 사람도 있지만 세금을 더 납부하는 경우도 있어 정부로선 손해는 아니다. 또 종합소득세 신고가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의 기준이 되는데, 세금 신고가 활발해질수록 데이터 신뢰도와 투명성이 높아지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가입자 수가 1600만명을 넘어섰는데, 20·30대 프리랜서와 일용직 등 긱워커(초단기 노동자) 고객의 대부분이 삼쩜삼을 한 번 이상 이용했다고 무방하다. 이런 방대한 빅데이터로 세금 환급 서비스 외에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가능할 것 같다.
김 = “긱워커를 대상으로 한 신용 데이터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은행권은 직장과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 심사를 하는데 긱워커는 아무리 소득이 일정해도 높은 신용등급을 받기 어렵다. 우리는 은행이 갖고 있지 않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런 사람들의 신용을 보장해줄 수 있다. 최근 5년 동안 얼마나 성실하게 일하고 세금을 냈는지, 소득이 얼마나 꾸준하게 증가하는지, 매달 어떻게 될지. 소득과 지출의 비율 등 상세한 데이터를 통해 연체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협업해 긱워커를 위한 신용등급 모델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했던 긱워커들에게 양질의 대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르바이트 급여 관리 앱 '하우머치'도 인수했다.
김 = “세금은 과거 데이터다. 양질의 정보를 담고 있는 좋은 데이터인데 시간상으로 보면 느리다. 하우머치는 알바생들이 오늘 몇시간 일했는지 캘린더에 실시간으로 입력해서 실수령액을 계산해주는 플랫폼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추가로 몇시간 더 일하기도 하고 주휴 수당, 포괄 비포괄 임금 등을 구분해 계산해야 하는데 일일이 검증하기 어려우니 하우머치에 입력해서 사장님한테 카카오톡으로 보내며 급여를 계산해준다. 사장님도 더 정확하게 임금을 계산할 수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우머치를 이용하면 현시점에서 나의 신용 상태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제가 KT에서 나와 창업할 때 사람들이 퇴사하기 전에 일단 대출을 최대한 많이 받으라고 했다. 은행은 현시점이 아니라 과거에 다녔던 직장을 기반으로 신용 상태를 보기 때문이다. 하우머치의 데이터가 있으면 현재에 일을 하고 있는지, 쉬고 있는지, 돈을 갚을 수 있을지 안 갚을지 등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세무사회가 삼쩜삼의 서비스를 '불법 세무 대리'로 경찰에 고발했다가 무혐의 결정이 났다. 세무사들과 갈등은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정 = “저희 서비스는 세무사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프리랜서나 일용직 긱워커들은 세무법인들의 고객이 아니다. 저희 때문에 고객을 빼앗겼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우리 서비스로 세금을 내는 사람들의 시간과 인건비를 아껴주는 사회적 편익이 더 많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가 분석한 결과 삼쩜삼 서비스가 유발한 사회적 후생 효과는 약 1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김 = “삼쩜삼은 세무 사각지대에 놓인 고객들을 위한 보편적인 세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우리 서비스는 이용금액이 0원부터 시작한다. 환급액이 낮은 구간은 무료다. 세금을 많이 내는 고소득자들은 세무사에게 수십만원을 지불하겠지만 수수료를 낼 수 없는 사람도 많다. 지금까지 세무 서비스는 하이엔드 시장만 있었지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삼쩜삼이 새로 도입할 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있나.
정 = “소득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세제 혜택 제도가 많지만, 정작 누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알아야 활용할 수 있지만 공부하면서 하나하나 챙기는 것이 쉽지 않다. 고소득층은 세무사들이 알아서 잘 챙겨주고 없는 법도 만들어내지만 약자들은 자신들을 위해 만들어진 법인데도 몰라서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복지법상 장애인이 아니지만, 세법상 장애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암 환자처럼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의 부양가족에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데 본인이 알기가 힘들다. 이런 절차를 안내하고 환급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작년에 한시적으로 시작했다가 자동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 제대로 안 됐던 게 병원에 가서 확인서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걸림돌이 됐다.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한 번에 편리하게 확인서를 받아 적용할 수 있는 것을 기술적으로 풀어서 해결하고 싶다. 현재 삼쩜삼 서비스는 100%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렇지만 고객에게 물어봐야지만 알 수 있는 전산화되지 않은 자료들이 많다. 이런 것을 보완하고 소통하면서 더 많이 환급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