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중국 알짜 자회사를 3000억원에 매각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비비고' 등 K푸드 브랜드와는 연관이 없는 해외 자회사를 매각한 것이라는 게 CJ제일제당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고전을 겪고 있는 CJ그룹의 재무 안정성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캐시카우'인 CJ제일제당이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 지상쥐 매각 CJ제일제당은 중국 식품 자회사 ‘지상쥐(吉香居)’ 보유지분 60% 전량을 매각했다고 31일 발표했다. 매각 대금은 총 약 3000억 원이다. 매수자는 복수의 중국 기관투자자와 지상쥐의 기존 2대 주주인 현지 업체로 전해졌다.
지상쥐는 중국식 반찬류인 자차이(일명 짜사이)와 중국식 장류 등을 판매하는 업체다. 지난해 매출 2091억 원, 순이익 261억 원을 낸 알짜 회사다.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CJ제일제당은 지상쥐 지분 총 60%를 385억 원에 인수했다. 이번 매각 대금은 인수 당시 투입한 자금의 8배에 이른다.
CJ제일제당이 지상쥐를 매각한다고 해서 중국사업을 축소하는 것은 아니다. 비비고 냉동식품과 다시다 등 주력 제품은 중국의 또 다른 자회사인 청도식품을 통해 생산·판매한다. CJ제일제당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 4574억원으로 해외 전체 매출 5조1811억원의 8.8%를 차지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K푸드 관련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쥐를 좋은 조건에 매각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라며 "매각 대금은 주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캐시카우' CJ제일제당 현금 확보 나서CJ제일제당의 실적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바이오 사업을 중심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8조원(CJ대한통운 포함한 연결 기준)을 넘겼던 매출은 4분기 7조5700억원에서 올 1분기 7조원으로 줄었다.
하반기에는 CJ제일제당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변수가 많다. 원당, 소맥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이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경기 침체시 더 저렴한 제품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현상인 '트레이딩 다운'이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CJ제일제당도 일정부분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유통업계에서 나온다.
CJ제일제당이 자회사 매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경영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뿐만 아니라 CJ그룹 차원에서도 CJ제일제당의 재무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CJ그룹은 CJ ENM와 CJ CGV의 실적 악화, CJ라이브시티 사업 연기 등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주사인 CJ㈜의 '제 1의 캐시카우' 계열사다. 지난해 CJ㈜는 상표권 사용수익 1263억원 중 473억원을 CJ제일제당으로부터 받았다. 계열사 배당금(1050억원)의 경우 CJ제일제당이 지급한 금액이 537억원으로 가장 많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