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준공 후 미분양, 1만가구 육박…2년여 만에 최대

입력 2023-07-31 15:12
수정 2023-07-31 15:19

전국 미분양 주택이 4개월째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분양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준공 전 미분양은 일부 소화가 되는 반면, 입지가 좋지 않거나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서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지역의 악성 미분양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1만가구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대구·경북 악성 미분양 여전히 많아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달보다 3.6% 줄어든 6만6388가구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약 7만5000가구를 찍은 이후 3월 약 7만2000가구로 줄어든 뒤 넉 달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다만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은 전국에 9399가구로 전월 대비 5.7% 증가했다. 이는 2021년 4월 9440가구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대다. 준공 후 미분양은 2020년 6월 1만8560가구에서 점진적인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해 5월 6830가구로 저점을 찍었다. 이후 7000가구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올 2월 8000가구를 넘어선 뒤 이제는 1만가구 돌파를 눈 앞에 두게 됐다.


6월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수도권에서 증가 폭이 지방보다 컸다.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은 1992가구로 전 달보다 23.3% 늘어난 데 비해 지방에서는 7407가구로 1.8% 증가했다. 인천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677가구로 전월 대비 46.5%, 서울은 484가구로 전월보다 31.9% 늘어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지방에서는 울산이 193가구로 45.1% 늘어났다.

지역별 비중을 살펴보면 지방이 78.8%로 수도권(21.9%)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전남으로 전월과 거의 비슷한 1194가구로 집계됐다. 지방 분양시장에서 가장 리스크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 대구는 전월보다 6.3% 줄었지만 861가구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경북이 846가구로 그 뒤를 이었다. 향후 악성 미분양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일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지급 불능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부동산 시장 전반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해야할 지표다. ◆거래는 회복됐지만 인허가는 줄어지난해와 올해 초 조정기를 거친 주택 거래량은 회복세를 나타냈다. 6월 전국의 주택 매매량은 5만2592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했다. 수도권 주택 매매량이 2만830건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0.8%, 지방은 2만8천603호로 0.01% 증가했다. 수도권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어지면서 수도권 매매 거래량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4136건으로, 2021년 8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 달 거래량 2014가구보다는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서울 지역의 거래는 확실히 살아난 것으로 해석된다.

거래량이 회복되고 있지만 향후 주택 공급량을 가늠할 주택 인허가·착공 실적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인허가는 올 들어 6월까지 누계 기준 18만9213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2% 줄었다. 지역별로 수도권에서 인허가 물량은 7만2297가구로 24.8%, 지방은 11만6916호로 28.5% 감소했다. 미분양 물량이 많은 지방에서 추가 공급이 더 많이 줄어든 것이다.

주택 착공 실적도 상반기에 9만2490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9% 줄었다. 서울의 경우 상반기 아파트 착공 물량이 8639가구로 작년 상반기(2만5천164호)보다 65.7% 감소했다. 주택 준공 실적은 올 상반기 전국 18만9225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2% 증가했다. 수도권 입주가 10.6% 늘어난 반면 지방은 5.0% 감소했다.

임대차 신고제 자료와 확정일자 신고 자료를 합산한 6월 전월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21만3265건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0.3% 증가했다. 전세 거래량(9만7964건)이 작년 같은 달보다 7.5% 줄었지만, 월세 거래량(11만5301건)은 8.1% 늘었다. 올해 들어 6월까지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5.3%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포인트 높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