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공 비축과 수급 안정을 위해 남는 쌀을 매입했다가 보관 기간이 지나 헐값에 처분하면서 본 손실이 연평균 7300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 2조원 넘는 세금을 깎아주는 중소기업특별세액공제는 당초 한시적으로 도입했지만 3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맞물려 농민과 중소기업 지원은 나랏돈이 줄줄 빠져나가도 구조조정이 힘든 ‘성역’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연장하기로 한 조세특례 65개 중 17개가 농어업, 중소기업, 창업기업 등에 돌아가는 혜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경 농지의 양도소득세 면제, 농어업용 석유류 간접세 면제, 농어민과 창업 중소기업의 인지세 면제 등 이들을 위한 특례가 대거 연장됐다.
올해 세법개정안에선 농어업 분야에 쓰기 위해 부과하는 농어촌특별세도 2034년 6월까지 10년 더 연장됐다. 이 밖에 농민에게 주어지는 세금 감면 혜택은 유류세, 양도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다양하다. 전기료 혜택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00㎾h를 쓰는 농가의 월 전기료는 3만1190원으로, 가정용 6만6590원(332㎾h 기준)보다 저렴하다.
농민과 중소기업 지원이 일정 정도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효과가 없는 경우에도 무작정 지원하고 정부 지원이 기득권처럼 굳어지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중소기업특별세액공제는 1992년 중소 제조업에 한해 최대 30%의 세금을 깎아주기 위해 도입했다. 경영난에 빠진 중소 제조업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농업, 광업, 건설업, 정보통신업 등 48개 업종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원 효과가 없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 제도는 3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1989년 도입한 농어업용 기자재에 대한 부가세 면제도 농어민이 아니라 기자재 제조업체의 배를 불린다는 지적을 받지만 계속 일몰이 연장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