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가상 환자군 만들고 임상 병원 선정"

입력 2023-07-30 17:36
수정 2023-07-31 00:42
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이 가상의 환자군을 만들고 임상 환자 등록률이 높은 최적의 병원을 찾아주는 등 신약 개발 과정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최근 경기 침체로 신약 개발 및 임상시험 비용 부담이 커지자 이런 디지털전환(DX)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앤서니 코스텔로 메디데이터 페이션트클라우드사업부 대표(사진)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간 수백 개의 임상시험과 수십조원의 신약 개발 비용을 부담해온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비를 절감하려 AI 기술 활용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데이터는 존슨앤드존슨, 로슈, 바이엘 등 글로벌 상위 제약사 20곳 중 19곳에 임상시험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계 1위 기업으로 세계 환자 900만 명, 3만 건 이상의 임상시험을 했다. 모기업은 3D 설계·시뮬레이션 세계 1위 기업인 다쏘시스템이다.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AI 기술은 ‘합성대조군’이다. 보통 임상에선 약의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위약을 투여할 대조 환자군을 모집한다. 하지만 희귀 암이나 난치병은 환자가 적고 생사가 걸린 환자에게 위약을 투여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문제 때문에 대조군 모집이 어렵다. 메디데이터는 2020년 희귀 암(재발성 교모세포종) 치료제 개발 임상 3상에서 세계 최초로 과거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가상의 환자군(합성대조군)을 만들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 데 기여했다.

AI 기술은 최적의 임상시험기관(병원) 선정도 도와준다. 코스텔로 대표는 “과거 등록률, 기관 혼잡도 등 100개 이상의 변수를 활용해 어떤 나라의 어떤 시험기관에서, 어느 정도 규모로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예측한다”고 말했다.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한 것도 메디데이터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100% 분산형(원격) 임상시험 기술’ 덕분이다. 보통 임상 기간은 5년 이상이고 코로나19 사태 당시 병원 봉쇄로 임상시험 중단·지연이 속출해 백신 개발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모더나는 분산형 임상시험으로 1년 만에 임상을 마무리해 발 빠르게 백신을 출시할 수 있었다.

코스텔로 대표는 “메디데이터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환자에 대한 전자 설문뿐만 아니라 각종 바이오센서를 통한 데이터 수집 등으로 임상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며 “임상시험의 디지털화 비대면화 원격화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