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주택의 경우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가격이 우상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매를 통해 미국의 주택을 매수하는데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어태수 네오집스 대표(사진)는 28일 인터뷰에서 “미국 경매가 아직 국내 투자자들한테 낯설지만 좋은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네오집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얼바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프롭테크 기업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부동산 투자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어 대표는 국내 한 자산운용사에서 해외 대체투자 업무를 담당하다가 네오집스를 설립했다.
특히 미국 유학생 자녀를 둔 국내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현지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있다고 한다. 자녀한테 계속 학자금이나 생활자금을 보내줘야 하는데,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00원에 육박해 환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 대표는 “달러로 받은 임대료를 바로 자녀 학자금 등으로 사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오피스와 달리 미국 주거용 부동산은 꾸준히 오르는 만큼 유학생활을 마친 뒤 팔아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고,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계속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다주택자를 따질 때, 해외에 있는 주택 수는 계산하지 않는다. 미국 부동산을 샀다고 국내에서 내야 하는 세금이 더 늘어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미국에 내는 세금은 있다. 취득세는 없지만 보유세는 한국보다 많다는 시각이 있다. 어 대표는 “미국은 시세(매매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겨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는 한국보다 세 부담이 높다고 느낄 수 있다”며 “하지만 미국은 법적으로 보유세 과세기준을 2% 넘게 올리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다 보면 시세는 쭉 상승하는데 과세기준은 서서히 오르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어 대표는 특히 경매를 통한 미국 주택 투자를 소개했다. 한국에선 감정가를 기준으로 경매 입찰이 진행된다. 하지만 미국에선 대출원금 수준에 따라 시작가격이 정해진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집주인이 4억원의 대출을 받아 시세 10억원짜리 집을 갖고 있었는데, 3개월 동안 이자를 못 내 은행이 해당 주택을 경매에 넘기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연체이자와 등기 이전 비용 등이 2000만원 정도라고 하면, 이 물건의 경매 시작가는 4억2000만원인 셈이다. 어 대표는 “만약 시세가 20억원, 30억원이라 해도 대출원금이 4억원이라면 4억2000만원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시세 대비 대출 수준이 적은 물건을 잘 찾는다면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미국 경매에선 시세의 75% 수준에서 낙찰이 이뤄진다고 한다. 단 국내와 달리 미국 경매에선 입찰 시 현금이나 수표를 들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어 대표는 “만약 60만달러로 낙찰을 받았다면 낙찰이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돈을 지불해야 한다”며 “입찰하기 전에 비딩금액을 들고 있는지 여부를 검사한다”고 말했다.
낙찰을 받았더라도 이후 일부 추가비용이 들 수 있다. 임차인이 있는 경우 명도소송 관련 비용이 들 수 있고, 경매에 나온 집들이 관리가 잘 안돼있는 경향이 있어 리모델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잘 활용하면 단순히 낙찰로 인한 시세차익을 넘어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어 대표의 설명이다.
어 대표는 “시세의 70% 수준에 낙찰을 받은 뒤 10% 만큼의 돈을 들여 수리를 한뒤, 100% 금액에 되파는 식”이라며 “개인이 미국 경매에 직접 참여하기 까다로운 측면이 있는 만큼 옥션 낙찰, 명도소송, 리모델링 전문회사 등과 함께 국내 자산운용사와 미국 부동산경매 펀드를 만들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