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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이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의 움직임도 급변할 전망이다. 금리가 사실상 ‘제로(0)’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미국과 같이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청산되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 등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은행이 장단기금리조작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마켓워치는 “일본의 엔 캐리 투자자들이 자국 시장에서 더 큰 수익률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자금을 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0년 넘게 초저금리 정책을 펴온 일본을 피해 미국 시장으로 몰려든 일본 투자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긴축을 서두른 미국 중앙은행(Fed) 및 유럽중앙은행(ECB)과 대조적으로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를 고수한 지난해 일본에서는 자산이 급격히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본 도피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은 지난해에만 20조엔(약 183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199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자본 도피를 주도한 세력은 개인이었다. 작년 9월 한 달 동안 일본 개인의 외환거래 규모는 1098조엔으로 사상 처음 1000조엔을 넘었다. 일본은행이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에 나서 금리가 오르면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 장기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담도 만만찮다. 작년 말 현재 일본의 정부부채는 1026조엔에 달한다. 국채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는 데만 연간 25조엔을 쓴다. 일본 재무성은 장기금리가 1%포인트 더 오르면 2025년부터 연간 이자 부담이 3조7000억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이 7조5000억엔 더 증가한다.
미즈호리서치&테크놀로지는 “장기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 증가로 기업의 수익이 5% 줄고, 일본의 국내총생산(GDP)도 0.3%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