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사용하는 골프공 비거리를 제한하겠다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의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투어 시장의 가장 큰 세력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비거리를 억제하기 위한 골프볼 성능 제한에 반대하고 나서면서다.
28일 미국 골프위크에 따르면 제이 모나한 PGA투어 커미셔너는 최근 PGA투어 회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USGA와 R&A의 제안은 그 자체로 타당하지 않을뿐더러 골프 대회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없다는 믿음이 폭넓게 존재한다”며 “PGA투어는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관계자들과 협력하고 있지만 이번 제안은 지지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USGA와 R&A는 지난 3월 프로 대회에서 사용하는 골프볼 시험 조건을 수정하는 내용의 모델로컬룰(MLR)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현행 기준으로는 헤드스피드 120마일, 발사각 10도로 공을 쳤을 때 최대 317야드를 넘겨서는 안 된다.
새로 마련되는 MLR은 헤드스피드를 127마일, 발사각을 11도로 조정해 317야드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대로라면 프로선수들의 비거리가 최소 15야드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USGA와 R&A는 다음달 중순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2026년 1월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PGA투어는 USGA, R&A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기에 새로운 MLR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상당히 의외라는 평가다. USGA 측은 골프위크에 “지금은 통지 및 의견 수렴 기간이고 업계 전반으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있다”며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PGA투어의 피드백에 감사드린다”고만 했다.
골프공 비거리를 규제하겠다는 구상에 대부분 선수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저스틴 토머스(미국),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등은 “더 이상 나쁠 수 없는 이기적인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찬성 입장을 밝힌 선수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타이거 우즈(미국) 정도다. 대표 장타자인 매킬로이는 비거리 규제가 시작되면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다.
우즈는 최근 골프 코스 설계로 영역을 확장한 상태다. 찬성 입장을 밝힌 ‘전설’ 잭 니클라우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GC 회장 역시 골프 코스를 무한정 늘릴 수 없다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PGA투어의 결정은 비거리 규제가 골프대회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제이슨 고어 PGA투어 부사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수들도, PGA투어 대회를 후원하는 기업도 골퍼가 공을 덜 멀리 보내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골프는 경쟁인 동시에 엔터테인먼트”라고 강조했다.
최근 PGA투어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선수들 눈치를 보게 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골프위크는 “LIV 골프와의 합병 발표로 PGA투어 회원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모나한이 선수 대부분이 반대하는 비거리 규제 골프공을 밀어붙일 입장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