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전날 "제방 무너질 것 같다" 신고에도…119, 조치 없었다

입력 2023-07-27 19:50
수정 2023-07-27 19:51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전날 "미호천 제방이 무너질 것 같다"는 119 신고가 있었지만 즉각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119 종합상황실 신고접수 녹취록을 보면 사고 전날인 지난 14일 오후 5시21분, 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한 남성이 "재해예방 신고가 가능한가"라며 신고 전화를 했다.

신고자는 "미호천 교량 공사를 하고 있는데 기존 둑을 허물고 교각 공사를 했다. 교각 공사 밑에 임시로 흙을 성토해 놨는데, 차수막이나 이런 것을 안 대 놨다"고 설명했다.

신고자는 이어 "거기가 허물어지면 여기 조치원에서 청주 가는 교통이 마비되고, 오송 일대가 다 물난리 날 것 같다"며 "상류에서 지금 비가 안 오면 괜찮아도, 비가 오면 그럴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어디에다가 신고할지를 몰라서 '관련 기관에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나'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신고를 들은 119상황실 근무자는 "그렇게 되면 조금 위험해 보이긴 한다"면서도 "지금 출동 인력들이 다 지금 거기에 대처하고 있어서 예방 차원으로 갈만한 인력이 없다"고 답했다.

이 직원은 도리어 신고자에게 "구청이나 이런 데 한 번 전화를 해보시겠나"라고 말했다.

사고 전후 지자체와 정부의 부실 대응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인 국무조정실은 이 같은 신고가 있었다는 것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조정실은 119상황실 근무자가 신고받은 뒤에 지자체에 직접 연락하지 않았고, 이런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신고 내용이 다음 시간대 근무자들에게도 전달되지 않아 필요한 조치가 진행되지 않았다.

국무조정실은 당시 충북소방본부가 현장을 확인했거나 관계 기관에 신고 사실을 알렸다면 사고를 막았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