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 김정균 대표가 우주헬스케어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제약업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듣던 보령이 우려를 말끔히 해소했다. 제약 사업으로 최대 실적을 이어가면서다. 전문경영인인 장두현 대표가 차곡차곡 내실을 다지고 김 대표가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경영 시스템이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보령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4201억원, 영업이익 350억원으로 반기 매출이 처음으로 4000억원을 넘어섰다고 27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16%, 14%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이 16%씩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약부문 새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항암제 매출은 106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8% 늘었다. 보령은 2020년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로부터 항암제 젬자의 국내 소유권을 인수한 뒤 레거시브랜드인수(LBA)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 릴리의 조현병약 자이프렉사를, 지난해 항암제 알림타를 인수했다. 특허가 끝났지만 일정 수준 매출을 내는 브랜드를 활용해 실적을 개선하고 캐시카우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경영 전략은 적중했다. 바이오시밀러, 항암보조제 등으로도 제품군이 확대되면서 국내 항암제 시장에서 보령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졌다. 효자 제품인 고혈압 약 카나브 제품군도 올 상반기 695억원어치 팔려나갔다. 호흡기 치료제, 항생제 매출도 함께 증가하면서 상반기 전문의약품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20% 증가한 3488억원을 기록했다.
보령이 올해 세운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는 8100억원과 610억원이다. 반기 기준으로 보면 이런 목표는 무난히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령은 2026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사업 부문별 몸집을 키우고 있다. 새 만성질환 복합제를 계속 출시하는 ‘그레이트 카나브’ 전략도 펼 계획이다. 2026년 카나브 패밀리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장 대표가 제약사업부를 총괄하고 김 대표가 신사업을 발굴하면서 전문경영인과 오너 3세의 공동 경영체제가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장 대표는 “카나브, 항암제 등으로 업계 최고의 수익성을 갖춘 사업 구조를 구축해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