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막차 탔다가 폭탄처리반 됐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누리꾼의 푸념이다. 최근 질주를 거듭한 이차전지주가 연이틀 급락하는 등 변동성을 키우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대혼란 상태에 빠졌다. 에코프로는 이날 지속되는 하락에 100만원이 붕괴됐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전일 대비 24만3000원(19.79%) 내린 98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결국 100만원선 아래에서 마감했다. 지난 18일 종가 111만8000원을 기록해 100만원 위에서 거래를 마친 지 7거래일 만이다. 전날 장중 153만9000원까지 치솟은 뒤 고점 대비 25.3% 급락했는데 이날 더 내렸다. 전날 고점 대비 이날 종가는 36% 떨어진 상태다. 고점 기준 40조원을 넘어섰던 시가총액은 이날 26조2283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불과 하루 새 약 14조원이 날아갔다.
꼭대기에서 물린 개인투자자들의 한숨이 짙어만 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투자자는 "5주만 샀는데도 80만원 손실을 봤다"며 울분을 토했다. 에코프로의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도 이날 17% 넘게 급락했다. 이날 종가는 37만6500원이다. 전날 장중 58만4000원까지 고점을 높였지만, 이내 고꾸라졌다. 고점에 샀다고 가정하면 현재 손실폭은 35.5%다.
연초 이후 급락하기 직전인 지난 25일까지 에코프로는 1155.3%, 에코프로비엠은 401.6% 뛰었다. 이 기간 에코프로의 수익률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통틀어 1위였다. 이달 들어 상승세가 유독 가팔랐다. 올 7월 3~25일까지 에코프로는 71.5%, 에코프로비엠은 85.5% 급등했다.
하지만 전날부터 하락세가 이어졌다. 공매도 청산에 따른 외국인투자자의 '숏커버링'으로 주가가 급등했고, 주가 상승을 기회 삼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된 것이란 분석이다. 숏커버링은 공매도 투자자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빌린 주식을 갚으려고 해당 종목을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이른바 '단타'족의 매도세까지 더해지면서 낙폭은 더 거셌다는 분석도 있다. 7월 들어 이날까지 개인들은 에코프로를 1조40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숏스퀴즈(대량 숏커버링에 따른 가격 급등)'로 2차전지 '사자', 나머지 업종 '팔자'가 이어졌다"며 "오후 들어 개인이 2차전지 관련주 차익실현에 나서고 시장 변동성 확대로 신용거래 상환으로 추정되는 물량도 나오면서 변동성이 변동성을 부르는 형국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최근 상승 랠리를 보이며 제2의 에코프로그룹주로 떠오른 포스코그룹주도 전날부터 이틀간 하락세를 지속했다. 지난 26~27일 2거래일간 POSCO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은 각각 9.7%, 18.7% 하락했다. 전날 강세를 보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날 하루 20% 넘게 내렸다.
이례적인 변동성에 개인들의 반응은 "성장성이 있는 업종인 만큼 내렸을 때가 기회이니 더 사야 한다" 혹은 "더 떨어질 수 있으니 손절해야 한다"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장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급에 의해 움직이는 흐름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탄탄한 주식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 "과거 펀더멘털 개선 대비 단순히 수급에 의해 급격하게 상승했던 특정 테마나 주식군은 하락으로 끝났던 경험이 다수"라며 "짧게 보면 수급이 지배하는 장세가 이어질 수 있으나, 길게 보면 특정 업종으로의 쏠림 현상이 해소되면서 주가 변동성은 완화될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수급 이탈로 인해 전반적인 주식 시장이 크게 하락할 경우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좋다"며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올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수급 중심의 장세는 점차 실적 중심의 장세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