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가 오르면 맥주와 탁주(막걸리) 가격이 따라 오르는 ‘물가연동제’를 폐지한다. 2020년 맥주 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서 세부담이 크게 늘었던 생맥주에 대한 세율 경감 기한은 3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27일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맥주·탁주에 적용되던 물가연동제를 폐지하고 필요시 주종별로 세율을 조정하는 탄력세율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매년 물가상승률이 주세율에 의무적으로 반영되는 물가연동제가 소비자들의 부담을 과도하게 높인다는 지적에 주세체계 손질에 나선 것이다.
맥주와 탁주에 붙는 주세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제에서 술의 양을 기준으로 하는 종량제로 2020년 전환된 뒤 이어져왔다. 당시 이들 술에 대한 주세 세율을 매년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의 ±30% 범위 내에서 조정하는 물가연동제가 함께 도입돼 매년 물가 상승에 따라 주세가 변동돼왔다.
정부가 물가연동제 폐지에 나선 것은 주류업체들이 주세 인상을 빌미로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편승 인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0년 물가연동제 도입 이후 맥주 1병(500ml)당 주세 인상분은 3~15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 가격은 500원~1000원 가량이 인상됐다. 이 같은 격차는 업체들이 주세 인상을 계기로 제조, 판매 과정에서의 마진을 가격에 반영하고 나선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다.
세법 개정을 통해 정부는 맥주는 L당 885.7원, 탁주는 44.4원의 법정세율을 규정하되 주종별 세부담 차이를 반영해 필요시 법정세율의 ±30% 범위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인상되는 상황이더라고 주류 가격에 변동이 없으면 세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주에 대한 세금이 종량세로 전환하면서 세부담이 급격히 늘었던 생맥주에 대한 -20% 경감 세율 적용 기한은 2026년말까지로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종량세 도입 당시 생맥주에 대한 주세는 L당 519원으로 캔맥주(1121원/L), 병맥주(814원/L)등에 비해 낮았다.
당시 법 개정을 통해 맥주에 대한 세금이 품목과 관계 없이 L당 830원으로 통일되면서 생맥주에 대한 세부담이 급격히 늘어나자 정부는 올해 말까지 3년 한도로 생맥주에 대한 세금을 20% 경감하기로 했다.
연 30만원 한도로 주어지는 경차에 대한 유류세 환급 특례도 올 연말 일몰 예정이었던 것을 2026년까지 3년 연장하기로 했다. 현재 1세대 1차량으로 경차를 모는 사람은 연 30만원 한도로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유류에 부과된 교통·에너지·환경세 및 개별소비세를 환급 받을 수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